일본의 「과속」 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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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평양은 최근 우리에 대한 평화정세와 아울러 일본의 보수 여당인 자민당에 대해서도 추파를 보내기 시작했다.
북의 대외관계 최고 실권자의 한사람인 허담은 일본정부의 대북한 정책이 개선된다면 자민당간부들의 평양방문을 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일본 관광객의 입북과 일본인 이산가족의 북한 방문 및 가족면담을 주선키로 했다.
북한의 이같은 움직임은 모두가 남한에서 민주화 진행과함께 정치적 과도기가 진행되고 88서울올릭픽이 착착 준비되고 있는 가운데 취해지고 있다.
물론 평양과 동경이 건실한 평화와 선린의 기초위에서 이 지역 공동의 국제이익을 위해 관계를 개선한다면 우리로서도 마다할 수 없다.
그러나 북의 조치는 주로 한국을 고립시키려는 의도를 깔고 지금 우리의 중요 과제인 민주화와 올림픽을 어지럽히려는데 1차적인 목적을 두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일본이 북한과의 관계를 새로이 설정해 나감에 있어 보다 신중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것은 일본의 단기적인 이익을넘어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우리의 통일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본의 대북관계가 때때로 우리의 기본방침에 큰 차질을 가져온 일이 많았고, 그 때문에 우리의 남북관계 발전에 지장이 있었음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북한이 대남 침투나 도발에 사용한 첩보 및 군사 장비의 대부분이 일본에서 제작되고 수출된 품목들이었다는 사실을 일본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고르바초프」의 적극적인 이니셔티브로 방북 3각 과제에 변화가 일고 있고 그 여파가 남방관계에 미쳐오고 있다. 그러나 남방 3국은 아직 그에대한 구체적인 대응태세를 마련치 않고 있다.
한편 한국도 북한과의 대화재개를 추진하면서 중소와의 관계발전을 모색하는등 이지역의 국제질서 개선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유동기에 처하여 일본이 북한과의 관계를 재조정 하려한다면 남방 3국과 북방 3국의 전반적인 관계개선 속에서 이를 고려하고 추진해야 한다.
일본이 우리의 대북정책이나 모스크바·북경의 대한정책의 속도와 수준을 넘어 일방적으로 앞질러 나간다면 이 지역의 국제질서를 그게 저해하게 된다는 것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특히 일본은 한반도와 중국·베트남등 동아시아 유교권 국가들의 분단과 내전이 모두 일본자신이 저지른 역사적 죄과의 결과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동아시아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일본은 한반도 정책에서 미국의 접근방식에 보조를 맞춰주길 바란다. 지금까지 미국은 한국정부와의 사전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앞질러 간 적이 없다. 그것이 이 지역의 안정과 남북문제 해결에 최선의 공동 전략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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