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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수행정, 전면 재점검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번엔 서울·경기일원에 폭우가 쏟아졌다. 26,27일밤사이에 쏟아진 비만해도 몇백mm로 집계되는 집중호우였다. 비는 날이 새어도 계속 쏟아지고 있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안할 따름이다 이미 서울지역에서만도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냈다.
곳곳에서 축대가 무너져 잠자던 주민들이 압사했고 헤아리기도 어려운 가옥들이 물에 잠겼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일대 도로를 비롯해 서울시내 간선도로와 지하철마저 침수돼 교통이 마비되다시피 했다.
이 정도가 아니다. 한강물은 시시 각각으로 불어나 위험 수위에 육박하는 것도 시간문제인것 같고, 유수지 수위는 높아만 가고 있다.·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낸 태풍 셀마와, 충청일대 수해복구와 상처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또 물난리를 겪게 되었으니 망연자실(망연자실)할 뿐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모두가 냉정을 잃지 말고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위로와 당부뿐이다.
재해대책을 세워 독려하거나 수해현장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은 물론 시민들도 나의 일, 나의 불행처럼 팔걷고 나서야 할 때다.
이미 피해가 발생한 침수지역 주민들의 긴급대피와 안준수용은 말할 것도 없고 『사전에 대비한 했던들 피해를 모면할 수 있을텐데』하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철두철미한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러나 앞서 충남 순천에서 6백mm이상의 호우를 보았듯이 누구도 예측못할 천재와 지변의 의외성은 항상 잠재하고 있다. 다만 인간이 안일하고 태만에 빠져 「의외성」에 대비를 않을 뿐이다.
이 기회에 치수행정은 과연 어느 정도 치밀하고 과학적으로 되어있는지 근원에서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될것 같다.
시간당 50mm의 비는 고사하고 20∼30mm의 비만 내려도 주택가가 금방 물에 잠기고 곳곳에 물난리를 겪게하는 행정의 허구를 되돌아 보아야 한다.
웃사람에게 생색이 나고 빛을 볼수 있는 부문에는 돈을 물쓰듯하는 지금까지의 겉치레, 전시행정의 엄청난 댓가를 국민들이 대신 치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작 도시의 골격을 이루고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부문은 하수도를 비롯한 치수분야다. 이 분야는 건설기간도 오래거니와 엄정난 투자를 필요로하는 대신에 눈에 잘 띄지 않아 행정 당사자로서는 인기가 없는 부문이다.
평년에도 태풍과 홍수로 매년2백30명이 목숨을 잃고 1천3백여억원의 재산피해를 내는데도이 치수분야에 고작 7백여억원만 투자해온 정부의 예산구조만보아도 이를 익히 알수 있다.
도시 하수시설은 말할것도 없고 전국 하천의 제방 축조물이 51.6%에 불과한 사실이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지 않은가.
이번 재난을 거울로 삼아 정부는 국토의 안전과 치수관리에대한 기본인식을 새로이 해야하고 겉치레, 전시행정을 지양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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