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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길 막막"… 복구 엄두못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금강범람·큰홍수로 흙탕물이 휩쓸고 간 폐허속에서 사흘밤을 지새운 수재민들은 생필품·일손·구호의 손길이 모자란 가운데 복구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23일 낮부터 부여군일대의 침수된 경작지에서 흙탕물이 조금씩 빠지자 서둘러 논밭을 둘러본 농민들은 토사에 덮여 자취도 없어진 생활의 터전을 쳐다보며 망연자실 넋을 잃었다.
더우기 쌀·채소류등 생필품값이 뛰고 식수난·늑장구호에 바가지 상혼까지 겹쳐 수재민들은 더 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폐허농경지=부여군 규암면 나복리2구의 경우 이 마을 95가구가 경작하던 1만5천여평의 논가운데 3분의1 가량인 5천여평이 지난22일 새벽 마을뒤 사방산 산사태로 토사와 돌더미에 뒤덮였다.
마을주민 이혁씨 (67) 는『나머지 8천여평의 논도 아직까지 물이 빠지지 않아 벼끝이 보이지 않는 상태』라며 『벼끝까지 물에 잠긴채 3일이 지나면 아예 수확을 포기하고 대체농작물을 심어야 할것』이라며 한숨.
옥산면 신안리의 경우 지난22일 대덕리 일류저수지가 붕괴되면서 이마을 45가구가 경작하던 1만여평의 논가운데 절반가량을 토사가 뒤덮어 논일을 포기했다.
이 마을 이종국씨 (37)는 『올해 농사는 기껏해야 50%정도 건지면 다행…』이라며 『일단 물이 빠지는 대로 병충해 방제작업을 서둘러야 하고 이번 기회에 토사가 뒤덮은 경작지는 중장비를 동원, 경지정리까지 해야될 것』이라고 했다.
◇채소류값 폭등=부여군남면지역에는 24까지 인접지역을 연결하는 도로가 침수돼 교통이 차단되는 바람에 채소류가 전혀 반입되지 않아 부르는게 값인데도 없어 못파는 정도.
주민들은 1포기에 6백원씩 하던 배추가 1천5백원씩 하는데도 그나마 구하기가 어렵자 김치 담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바가지상혼=22일 낮부터 부여와 공주·논산등을 연결하는 국도가 침수되는 바람에 교통이 완전두절되자 일부 약삭빠른 상인들은 모터보트·봉고렌트카등을 동원, 급히 귀향하는 사람들을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고는 터무니없는 요금을 받아 빈축을 샀다.
나룻배·모터보트등은 침수된 국도변에 대기하고 있다 서울에서 가족의 피해소식을 듣고 귀향하려다 길이 막혀 발을 구르는 사람들을 2백여m쯤 태워주고 1인당 5천원씩 받았다.
또 봉고렌트카는 이배를 타고 건너온 사람들을 택시요금 1천원거리인 부여읍내까지 태워다주고 3천7백원씩을 받았다.
충남 논산군 일부 지역침수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이 논산읍 10여개 여관에 몰리자 업소 대부분이 2인1실 기준 9천원씩 받도록 돼있는 숙박비를 최고 3만원씩 올려받고 있다.
특히 여관이 없는 강경지방 주민중 일부는 가재도구를 싣고 논산읍까지 찾아가 여관투숙여부를 알아보고 있으나 업주들이 터무니없이 비싼 요금을 요구하고 있는 데다 규정보다 2∼3배 높은 요금을 주고도 방을 구하지 못해 인근 이재민대피소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형편.
주민 조상윤씨(46·논산군강경읍) 는 『집이 침수돼 이부자리등을 갖고 논산읍내 10여개 여관을 돌아다니며 방을 알아봤으나 비싼 값을 주고도 방을 구하지 못해 대피소로 왔다』며 『업주들의 횡포로 집잃은 설움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식수난=학교·군민회관등에 수용된 이재민들은 상수도관이 파손돼 식수난을 겪고 있으며 취사도구가 없어 생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고 담요등 침구를 챙기지 못하고 나와 추위에 떨며 밤을 지새우기도.
◇치료=부상자 60여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부여읍내 성요셉병원, 이의원등에서는 의료시설과 병실이 부족해 어지간한 타박상·찰과상환자들은 간단한 응급치료후 귀가조치.
지난22일 하오2시쯤 산사태로 매몰됐다 30여분만에 구출돼 23일 하오1시쯤 헬기로 후송된 송나호씨(66·옥산면 중양리심)는 고령인데다 어깨와 목에 타박상을 입어 거동이 불편한데도 간단한 치료만 받고 귀가조치 되자 당국의 무성의한 치료에 항의.
또 읍내 각 병원에는 수해부상자들이 몰려 수혈할 혈액이 모자라자 마을방송을 통해 주민들에게 헌혈을 부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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