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주제별로 소그룹화|80년대에 부상한 단체들…누가 이끄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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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80년대에 들어와 한국 여성계의 두드러진 현상의 하나는 여성단체들이 주제별로 소그룹화하면서 여성운동이 현실문제에 바탕을 둔 구체적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공해·중견층 여성의 의식화·성폭력등의 문제가 주요 이슈화하면서 행동력을 갖춘 새로운 리더들이 부상하고 있다.
82년, 매맞는 여성을 위한 상담전화 「여성의 전화」개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여성의 전화」 김희선원장(44)은 이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성폭력 및 무력과 관련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85년에는 「25세 여성 조기정년철폐를 위한 여성단체연합회」 회장으로 이른바 「이경숙사건」을, 87년에는 결혼퇴직과 관련된 「주소녀 사건」등의 투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1남1여를 가진 주부다.
「시청료거부 범시민운동여성연합회」(86년 결성) 박영숙회장(55)은 일찌기 YWCA총무·한국여성단체 협의회 사무처장등 제도권안(?)의 여성단체에서 활약해 왔으나 공영방송의 공정보도촉구운동을 펴고 있다. 신학자 안병무씨의 부인.
85년 창립된 「여성사회연구회」는 중산층여성들의 의식화를 주된 이슈로 삼아 격주간지 「여성신문」발간, 여성전용 문화공간 찻집 「마고」, 여성문고등을 운영. 회장 이계경씨(37)는 74년 크리스천 아카데미산하 여성사회연구회 창립 멤버였다.
86년 창립된 「공해반대시민운동 협의회」 서진왕회장(38)은 여성뿐 아니라 일반을 대상으로 한 공해 강좌와 공해고발전화의 처리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에 진출한 미국 전자회사 컨트롤 데이터의 노조지부장 출신인 이영순씨(39)가 중심이 되어 지난 3월 창립된 것이「한국여성노동자회」. 노동현장에서의 여성차별과 가사노동의 사회화, 모성 보호운동 등을 펴리라 한다. 지난 12일에는 여성노동자 대동제를 주최했다.
70년대 중반부터 소외 여성들에게 관심을 갖고 주로 교회여성연합회 회장등을 지내며 여성인권운동을 퍼온 이우정씨(64·전 서울여대교수·신학)는 지난 2월 제도권 밖의 21개 여성단체를 묶은 한국여성단체연합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여성노동자와 농민까지 포함시켜 발족한 첫번째 여성단체로 여성의 생존권과 권익 확보, 민주화를 위한 연대활동을 펴나가고 있다.
그동안 「여성의 전학」「여성사회연구회」「한국교회여성연합회」 등과 연합으로 부천서 권양사건·뱅뱅·톰보이· 주소녀사건등을 이슈화했다.
여성단체들은 공동노력으로 회원들로 하여금 관련업체에 항의전화를 하게 하고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으로 노동현장에서 제기된 각종 여성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한 특징. 나아가 사회의 불합리한 제도개선, 궁극적으로는 이 사회 민주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김희선씨는 얘기한다.<박금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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