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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의소곤소곤연예가] 마술사 최현우 "사랑의 마술이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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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연말, 후배 작가들과 무언가 특별한 송년회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만장일치로 마술 공연을 보기로 했다. 마치 해리포터 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깜찍한 최현우의 마술에 모두 홀딱 빠져있을 무렵, 갑자기 공연 중간에 객석의 한 남자가 무대 위로 등장하더니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깜짝 프러포즈를 하는 것 아닌가.

"사랑은 마술이라고 하잖아요. 제가 마술사지만 제 공연의 하이라이트가 바로 프러포즈 이벤트입니다. 처음에는 관객과의 유대감 때문에 시작했는데 이제는 절대로 빠질 수 없는 마술이 됐어요. 어떤 커플 덕분에."

2년 전 그날도 어김없이 인터넷으로 신청받은 사연의 주인공이 무대 위로 올랐다. 아무것도 몰랐던 여자가 남자친구의 이 놀라운 이벤트에 화들짝 놀라 눈물을 흘리며 그의 마음을 냉큼 받아주면 성공! 그런데.

"남자가 저와 결혼해주시겠습니까? 하고 묻는데 여자는 주르륵 눈물을 흘리면서 돌연 냉정하게 '안 돼요.'라고 하더라고요. 순간, 객석에서도 술렁거리고 프러포즈한 남자보다 제가 더 놀라서 도대체 이 상황을 과연 어떻게 수습할까 눈앞이 깜깜했죠. 그런데 갑자기 남자가 객석을 향해 차분하게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여자친구는 희귀병으로 앞으로 3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선고를 받았습니다. 저는 단 하루를 살아도 사랑하는 이 사람과 부부라는 인연으로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곁에서 항상 지켜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도저히 마음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여기 계신 1000명 관객의 기도가 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남자도 울고, 여자도 울고, 온통 눈물바다가 된 객석은 물론, 마술사 최현우도 난생 처음 무대 위에서 함께 울었다. 사랑의 힘이었을까, 마술의 힘이었을까. 결국 오랜 시간 침묵했던 그녀의 '네'라는 한마디에 관객 모두의 진심 어린 박수소리는 한동안 멈출 줄 몰랐다.

"며칠 후 그 남자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덕분에 조촐하게 결혼식 잘 올렸다고. 대신 신부의 간곡한 부탁으로 혼인신고는 하지 않기로 했다며. 그날 이후, 제가 아무리 마술사이지만 순간적으로 공간을 이동하고, 눈앞에서 연기처럼 사라지는 그 어떤 고난이도를 가진 마술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 사랑의 마술 앞에는 도저히 견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헤르만 헤세도 이렇게 말했나 보다. '세상에는 단 하나의 마술, 단 하나의 힘, 단 하나의 행복이 있을 뿐. 그것은 사랑이라고 불리는 것이다.'라고.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보이는 것도 믿지 못하는 이 세상에 보이지 않는 것도 믿을 수 있게 되기를. 마술처럼, 사랑처럼….

이현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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