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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사람 간 대화 이해하는 영역에도 도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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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호 10면


장학퀴즈 왕중왕도, 수능 만점자도 제쳤다. 지난해 12월 31일 EBS를 통해 방송된 장학퀴즈에 출연한 인공지능 엑소브레인(Exobrain) 얘기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한국어 인공지능 엑소브레인은 600점 만점에 510점을 얻었다. 차점자는 수능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윤주일(서울대 2학년)씨로 350점을 받았다. 엑소브레인은 주·객관식 30문제 가운데 25문제에서 정답을 맞혀 윤씨를 160점 차로 따돌렸다.


이번 퀴즈대결은 10년 동안 진행되는 엑소브레인 연구 개발 중 1단계 기술 개발(2013~2016년) 수준을 검증하기 위해 진행됐다. 엑소브레인은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처럼 딥러닝(deep learning)을 활용해 학습한다. 지난 3년간 12만 권 분량의 백과사전과 상식사전을 공부했다. 여기에 시사 상식을 넓히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신문 20개를 매일 정독했다.


엑소브레인이 퀴즈 정답을 찾는 건 인간과 비슷하다. 문제를 듣고 이해하는 첫 번째 과정이 끝나면 미리 공부한 데이터베이스에서 후보 답안 수백 개를 골라낸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산은 무엇인가”란 질문이 주어지면 미리 학습한 데이터베이스에서 관련된 문장을 찾는다. 이와 동시에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산’ 중 대한민국에 있는 것만을 추린다. 김현기 ETRI 지식마이닝연구실장은 “엑소브레인이 장학퀴즈에서 답을 찾는 데 평균 5초가 걸렸다”며 “답을 추론한 다음 정답 후보들을 다시 질문에 대입해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을 정답으로 고른다”고 설명했다. 퀴즈대결에서 실수도 있었다. 엑소브레인은 P파와 S파 등 지진파를 고르는 비교적 간단한 문제에서 P와 S를 지진파가 아닌 단순 영어 단어로 인식해 정답을 맞히지 못했다. 문제 인식 과정에서 오류가 생긴 것이다.


ETRI는 올해 3월부터 3년간 기술 개발을 통해 엑소브레인에 법률과 특허 등 전문지식을 학습시킬 예정이다. “취업을 위한 과정”이라고 김 실장은 설명했다. 이어 “올해부터 대화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도전에 나설 것이다. 의도가 담긴 사람 간 대화에서 의미를 파악하는 건 어려운 문제다. 세계적으로 성공 사례가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엑소브레인은 수능시험 같은 다중 지능 평가에선 인간에 비해 뒤처진다. 수학 그래프와 도표 등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ETRI는 시각 인공지능 ‘딥뷰(deep view)’도 개발하고 있다. 딥뷰는 동영상을 분석해 특정한 사건이 발생한 순간을 포착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다. 이를테면 고속도로 폐쇄회로TV(CCTV) 녹화영상에서 자동차 추돌사고가 발생한 순간만을 콕 집어낼 수 있다. 딥뷰가 상용화되면 일선 경찰관들의 업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딥뷰에 범죄 현장 주변의 CCTV를 입력하면 범죄 발생 순간만을 뽑아낼 수 있어서다. 박종열 ETRI 빅데이터SW연구부 실장은 “영상 빅데이터를 통한 학습을 거친 딥뷰는 동영상에서 자동차와 오토바이 등 서로 다른 사물을 실시간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딥뷰에도 엑소브레인·알파고와 같은 딥러닝 학습법이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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