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득점 서장훈 '골리앗 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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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프로농구 삼성의 서장훈(32.2m7㎝)은 서울 학동초등학교 시절 리틀 야구 선수였다. 6학년 때인 1986년, 주전 투수로 활약하며 팀을 서울대회 우승으로 이끌었고, 야구 특기생으로 선린중에 진학했다.

그러나 키가 점점 크자 농구부로 바꿔 휘문중으로 전학했다. 키만 타고난 것이 아니라 공을 원하는 방향으로 던질 수 있는 감각적인 손도 타고난 것이다. 그 손으로 새로운 기록을 썼다. 프로농구 통산 첫 8000득점.

서장훈은 14일 KCC와의 홈경기에서 18득점을 올려 1998년 데뷔 후 8시즌, 344경기만에 8013점(평균 23.29득점)을 기록했다. 1~2년 먼저 프로에 데뷔한 SK 문경은(7399득점.398경기)과 KCC 추승균(6494득점.416경기)을 한참 따돌린 수치다.

대기록을 세웠지만 서장훈은 담담했다.

"경기를 하다 보면 기록은 쌓이게 마련입니다. 다른 선수보다 앞서간다는 면에서는 의미가 있겠지요."

서장훈은 휘문고 시절부터 스타였다. 한기범(2m7㎝)의 높이와 김유택(1m98㎝)의 테크닉을 동시에 갖춘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93년 연세대에 진학한 뒤 국내 무대를 평정하며 '국보급 센터'라는 별명을 얻었다. 프로 무대에서도 늘 최고 대접을 받았다. '연봉 랭킹 1위'라는 상징적 호칭은 늘 그의 차지였다.

누구보다 혹평을 많이 받기도 했다. '매너가 나쁘다' '열심히 뛰지 않는다' '지나치게 외곽으로 돈다' 등. 서장훈은 "처음에는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인터넷은 아예 열어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장훈은 욕심이 많다. 득점 욕심, 승리 욕심. 그래서 심판에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항의하기도 한다. 서장훈은 "나는 배우가 아니다. 토크쇼나 드라마를 찍는 것도 아니다. 승패의 갈림길에서 내 이미지를 위해 적당히 넘어갈 수 없다"며 "나를 싫어하는 사람보다 좋아하는 팬들이 더 많지 않겠나. 그렇게 믿는 것이 나를 가장 편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요즘 들어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겠다. 솔선수범하겠다"는 말을 유난히 많이 하는 서장훈은 올 시즌 우승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삼성은 서장훈의 희망대로 15일 현재 선두를 지키고 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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