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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면 모든 것 다 잃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학원의 민주화·자율화는 다소의 진통이 따르더라도 하나씩 풀어나가겠습니다. 그러나 한꺼번에 다 얻으려다가는 이미 가졌던 자율마저 빼앗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성급하게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이루어지기를 바라서는 안됩니다.』 구속-제적학생복교·해직교사복직 등 난마처럼 얽혀있는 학원문제가 현안이 되고있는 가운데 교육개혁심의위원장직에서 문교행정책임자로 발탁된 서명원문교장관.
80년5월 소요사태때 충남대총장으로 대전역광장에 모인 4천여 시위학생을「나를 믿고 따르라」고 설득, 대화로 해결했고 73년 서울대사대학장시절 박정희대통령승용차에 학생들이 돌을 던진 사건이 발생하자 발벗고 나서 1명의 희생자 없이 처리한 솜씨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는 학원사태해결의 「비장의 카드」로 큰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학원민주화와 함께 제적학생들이 돌아오면 2학기 대학가는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가 많을텐데요. 어떻게 수습하시렵니까.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의 진통은 따를 것으로 봅니다. 그동안 엉키고 맺힌 것을 하나하나 풀어가려면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조금씩 양보해야 되겠지요.』
-학원의 자율화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큰데 이를 어떻게 수용하겠습니까.
『학원의 민주화·자율화는 우리의 기본방향입니다. 학생들은 자율이 없다고 하나 우선 주어진 자율을 슬기롭게 활용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더 큰 자율을 위해 참아야지요.』
-지금까지 정부는 시위학생 징계에 대해 구체적 종류까지 지시해왔습니다만 앞으로는 달라지겠습니까.
『그런 전근대적인 지시는 없어질 것입니다.』
-자율화를 위해 장관으로서 먼저 어떤 일부터 시작하겠읍니까.
『우선 대학의 교육과정은 문교부가 지정하는 일은 않겠습니다. 가령 국민윤리처럼 국책과목으로 필수화돼있는 것도 대학의 선택에 맡기고, 방학기간도 대학이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대학의 자율과 관련, 총-학장 선거제·입시제도 개혁 등 논의가 대두되고 있는데 어떻게 수렴하시렵니까.
『우리의 현실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학 총-학장을 직선으로 선출해야 민주화가 된다고 생각하는 듯 하나 그에 따르는 문제가 얼마나 큰지는 모르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도 교수직선 보다는 이사회 선출제를 택하고 있습니다.』
-일선 교사들이 제기한 교육민주화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도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우리 교육행정이 획일화·관료화 됐다는 지적도 인정합니다. 일선교사들의 불평이 당연히 나올만 합니다. 교육행정의 체질개선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학교운영자와 교사가 대화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많다고 봅니다.』
-제적학생 복교 및 해직교사의 복직과 관련, 문제는 문교부에서 만들어 놓고 뒤처리는 대학과 시·도교위에 떠넘겼다는 불평을 어떻게 처리하시겠읍니까.
『그동안 대학이나 시·도교위에 그만한 권한 및 책임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나오는 불만일 것입니다. 이제부턴 대학이나 일선 교육행정기관이 주어진 자율을 행사하고 그에 따르는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자율은 문교부장관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학원상황과 관련, 밖에서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는 일부 운동권 학생의 급진좌경화경향에 대해선 어떤 견해를 갖고 있읍니까.
『너무 걱정할 정도는 아닌 소수 학생들의 경향이라고 봅니다. 넓게 보면 그 같은 경향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습니다. 문제는 왜 그런 학생이 생기느냐 하는 겁니다. 그동안 이데올로기교육을 많이 한다고 했지만 아직 민주주의에 대한 이론조장이 덜 돼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동안 주도해온 교육개혁사업을 재임 중 어떻게 구현할 계획입니까.
『교육개혁은 21세기에 대비한 이상적인 구상입니다. 7개월 장관 재임중 이를 집행하기엔 너무 시간이 모자라고, 우리 문교행정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만은 제시하고 싶습니다.』
-흔히 문교행정을 조령모개 행정이라고 부릅니다만.
『문교정책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분하게 결정하고 결정한 정책은 외부바람으로 바꾸는 일이 없이 밀고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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