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풍토의 쇄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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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 사회의 맺혔던 응어리들이 하나 둘씩 풀어지면서 이제 제적학생과 해직교사들의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아마 2학기부터는 이들이 모두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민주화를 외치다가 쫓겨난 학생들과 교사들이 민주화 조치와 함께 각기 본분으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 동안 이들이 당했을 심신의 고통과 좌절, 그리고 절망감은 사실 무엇으로 보상받아야 할지, 당사자들의 착잡한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나마 옛 둥주리로 돌아가게 된 것에 한가닥 위로를 받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 기회에 그 동안의 학원사태에서 정치인은 물론 교육계도 뼈아픈 교훈들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거듭 주장하고 싶다. 한 수목의 뿌리가 잘못되어 있으면 그 부작용은 나무 가지마다, 나무 잎새마다 속속들이 미치게 마련이다.
수목의 경우는 고사로 끝나지만 인간의 사회에서 그런 현상이 벌어지면 필연적으로 반작용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바로 정치의 잘못이 그 경우다.
학교는 배움의 장소이고, 그 배움의 원천은 바른 것, 옳은 것이다. 바른 것, 옳은 것을 덮어두고 바르지 않은 것. 옳지 않은 것을 가르치고 배운다면 그 당사자들은 우선 양식의 갈등을 느낄 것이다.
우리 나라의 학원사태의 원인은 결국 하나에서 비롯되었다. 학교가 시끄러우면 그 파급효과는 금방 사회에 번져 사회불안의 요인이 된다. 문제는 세상의 사리가 제대로 되어 있어야학교도 학교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노파심 같지만 몇 가지 주장을 펴려고 한다.
첫째는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 명실공히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4·13조치 이후 교사들이 그것을 지지하는 강의를 지시 받았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교육계가 정치권력의 하부 기관이나 정치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이용된다면 세상풍파에 따라 악순환을 면할 길이 없을 것이다.
둘째는 교육계 자체의 관료성도 문제다. 그 점에선 교육자치제의 실현이 하루가 급하다. 그 동안 교육계 안팎에서 그 문제가 거론되어 왔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론이 없는 것 같다. 지금이라도 활발한 논의를 계속해 우리 실정에 맞는 교육자치제를 만들어 실시해야 한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학생들 스스로의 자율적인 학생회나 연구회가 구성되어 그 안에서 이런 저런 주장을 소화할 수 있게 되면 구태여 데모를 하며 자신의 주장을 소리높이 외쳐대지 않아도 될 것이다.
셋째로 복학·복직에 따른 현실 적응 문제가 있다. 하루가 바쁜 세상에 몇 달, 몇 년의 공백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단절이다. 우선 교사의 경우 새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현실적응이나 원상회복이 말로는 쉬워도 실제는 어려운 문제가 많을 것 같다. 여기엔 敎委와 해당교사 사이에 충분한 대화가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복학학생도 이제는 실력경쟁을 할 차비와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결론으로 삼고 싶은 말은 이제 학원을 정치의 수단에 맞게 태목적적으로 운영하려는 타성과 관에서 벗어나 학원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이들의 복권 조치는 학원을 학원답게 만드는 일대 전기가 되이야 할 것이다. 학원의 악순환은 곧 사회의 악순환이라는 사슬을 끊어 버리기 위해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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