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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하루에 이대 총장·학장·학과장·교수 6명 만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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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최경희 전 총장을 비롯한 이화여대 교수 6명이 같은 날 최순실씨 모녀를 번갈아 만나며 학사 특혜 제공을 논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강하게 관련 혐의를 부인했던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이 직접 담당 학과장과 교수를 최씨 모녀에게 소개해준 사실도 처음으로 확인됐다.

4일 교육부가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이대 특별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씨 모녀는 지난해 4월 18일(추정) 최 전 총장과 김 전 학장 등 최소한 6명의 교수를 잇따라 만났다.

김병욱 의원, 교육부 감사 자료 공개
정씨, 작년 4월 지도교수 경고 받고
다음날 최순실과 함께 총장 만나
김경숙 당시 학장이 학과장 등 소개
학과장은 교수 불러 학점 관련 상담
김 의원 “교수들 조직적으로 특혜”

최씨 모녀는 우선 최 전 총장과 총장실에서 만났다. 이에 대해 최 전 총장은 “통상적인 인사와 함께 ‘운동을 열심히 하라’고만 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이들 모녀는 신산업융합대학장실로 김 전 학장을 찾아갔다. 이 자리에서 김 전 학장은 정유라씨가 소속된 체육과학부의 이원준 학과장과 이경옥 교수를 소개해 줬다. 이대는 지난해 체육과학부와 의류학과 등 6개 학과를 편입해 신산업융합대학을 신설했다. 그러나 김 전 학장은 지난해 12월 16일 열린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최순실의 요청으로 해당 학과 교수와 강사들에게 정유라의 출석 및 학점을 관리하라고 지시한 바 없느냐”는 질문에 “아무 말도 한 적이 없다. 학점 부여는 교수 개인 권한”이라며 혐의를 강력히 부인한 바 있다.

김 전 학장실을 나온 이 학과장과 이 교수는 각자의 연구실에서 최씨 모녀를 상대로 학사 관련 상담을 해줬다. 특히 이 학과장은 자기 연구실에 체육과학부의 강지은 초빙교수와 서호정 강사를 불러 최씨 모녀에게 소개했다. 이러한 일련의 만남에 대해 김병욱 의원은 “이대 교수들이 조직적이면서도 순차적으로 최씨 모녀를 만나 학사 특혜 제공을 논의한 것”이라며 “교수들은 어떻게 하면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는지 구체적인 상담까지 해줬다”고 지적했다.

최씨가 정유라씨의 지도교수였던 함모 교수를 찾아가 폭언한 것도 이날이다. 함 교수는 전날 정씨에게 전화해 “출석이 불성실하면 학사경고를 받을 수 있다”고 알렸고, 이를 들은 최씨가 함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폭언을 했다. 이날 다시 함 교수를 찾아온 최씨는 또 막말을 하고 고성을 질렀다. 앞서 학장, 학과장 등과의 만남에서 뭔가 특혜를 약속받았기 때문에 지도교수인 함씨에게 재차 막말을 한 것이 아니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감사 과정에서 이러한 면담 사실은 확인했으나 특혜 의혹을 입증할 만한 진술은 확보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김태현 감사총괄담당관은 “감사 당시 이 학과장이 불러서 온 강 교수와 서 강사가 최씨 모녀에게 ‘국제대회 참가로 해외에 자주 가니까 리포트를 잘 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는 정도의 진술만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담당관은 “김 전 학장이 학과장까지 부르고 교수들이 별도 상담까지 했다면 학점 취득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라며 “감사에선 관련 교수들이 이 같은 의혹을 부정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11월 교육부가 이대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최씨 모녀가 이대 교수들을 번갈아 만난 정황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감사 개시일을 차일피일 미루다 등 떠밀리듯 감사를 시작한 것처럼 교육부가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석만·남윤서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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