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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경인민방 새 주인 23~24일께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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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경기.인천(경인) 지역의 새 민영방송 사업자 선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방송위원회는 심사위원단 구성을 곧 마무리한 뒤 다음 주 본 심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최종 결정은 23~24일께가 유력하다.

이번 경인민방은 SBS에 이은 제2의 수도권 민방이라는 애기를 듣는다. 시청권이 크게 늘어나서다. 경영위기에서 허덕이다 지난해 1월 방송이 중단된 iTV와는 발을 디딘 지점이 다르다.

이런 긍정적 전망 때문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 간 경쟁도 치열하기 그지없다. 전문가들은 "심사 전에 말이 많은 만큼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열 양상으로 가는 5파전=현재 방송위에 사업자 신청을 한 컨소시엄은 5곳. 사업자마다 장단점이 뚜렷한 가운데, 물밑 경쟁이 한창이다.

자본금에선 경인열린방송(KTB)이 1500억원으로 가장 유리하다. 소유구조 문제에선 Good TV가 비교적 우위에 서 있다. 또 iTV 시설을 인수키로 한 NBC는 조속한 방송재개가 가능하고 독립제작사들의 지지를 받는 게 강점이다. TVK는 탄탄한 자금력에 대주주 휴맥스가 하는 셋톱박스 사업과의 '윈 윈'을 추구할 수 있다. KIBS는 지역 연고성과 사회 환원, 공익성 부문에서 좋은 점수가 기대된다.

반면 이들 컨소시엄은 약점도 갖고 있다. 방송사업에 대한 경험 부족, 위장 계열사 논란, 종교 및 특수 법인의 참여,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금 등이다.

'원초적 약점' 외에 최근엔 각종 억측과 음해성 소문까지 돌아다니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컨소시엄을 청와대가 밀고 있다'는 내용이다. 언론노조는 12일 성명을 내고 "사업자 선정 자체를 무산시킬지 모른다는 얘기까지 도는 등 잡음과 억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위 관계자는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모두 근거 없는 얘기일 뿐"이라며 "이런 분위기라면 사업자 선정 이후에도 후유증이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인민방 쟁탈전, 왜 뜨거운가=과거 iTV의 방송권역은 인천과 경기 남부였다. 그러나 이번 민방은 경기 북부까지 권역이 확대돼 종전보다 260만 명 정도 시청권이 늘었다. 여기에 케이블을 통한 서울 지역 '역외재송신'(방송권역을 넘어 전파를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크게 늘어난 방송 권역은 자연 광고 영업을 유리하게 만든다. 2004년의 경우 SBS는 매출 5904억원에 당기순이익 359억원을 기록했다. iTV는 522억원 매출에 79억원 적자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새 경인민방의 경우 연간 100억원 이상의 흑자창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SBS는 물론 지상파 방송 3사의 시장 구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사업자 선정, 가급적 이달 안에=방송위는 가급적 이달 안에 모든 걸 정리하겠다는 일정을 세워놓고 있다. 이번 주말 심사위원단을 확정하고, 다음 한 주간 심사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심사위원단은 법률.회계 전문가를 포함해 10여 명으로 구성한다.

방송위 고위 관계자는 13일 "현재로선 23일 사업자 발표가 유력하다"며 "심사위원장은 양휘부 상임위원이 맡는다"고 밝혔다. 다만 양 위원은 직접 심사를 하지는 않는다.

이와 관련, 방송위 양한열 지상파방송 부장은 "조금이라도 이해관계가 있는 언론학자나 시민단체 출신은 심사위원에서 배제한다"며 "사업자의 건실성과 방송의 공공성이 가장 높은 선정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 방송의 특성을 살려 자체 프로그램 제작에도 적극적이고, 나아가 독립제작사들이 적극 참여하게 할 수 있는 방송 편성도 중요한 요인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화관광부가 주장해 온 외주전문채널의 형태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투명한 심사가 필수"=방송위가 고려 중인 심사 기준은 ▶공적 책임 등의 실현 가능성(170점)▶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과 타당성(150점)▶프로그램 기획.편성 및 제작계획의 적정성(220점)▶경영계획 적정성(200점) 등으로 1000점 만점이다. 그러나 가중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이다.

많은 언론학자는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는 필수적"이라며 "가능하다면 방송 정책을 새로 짜는 기회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주문한다. 독과점인 지상파 방송 시장을 '경쟁 구도'로 재편, 양질의 프로그램이 양산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강원대 정윤식(신문방송학)교수는 "방송.통신의 융합, 신문.방송의 겸영 등 미디어 정책의 큰 틀 안에서 검토해야 미래지향적인 결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연세대 최양수 영상대학원장은 "한국 지역방송은 위기에 처해 있고 이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경인민방을 모범적인 지역밀착 매체로 키워갈 수 있는 사업자가 선정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택환 미디어 전문기자,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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