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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스집·치킨집…이달 말까지 식용유 가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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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적어도 이달 말까지는 동네 돈까스집이나 치킨집등은 식용유가 모자라 애를 먹을 전망이다. 남미산 대두 수급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대두는 식용유(콩기름)를 만드는데 쓰인다. 미국과 남미, 브라질 등에서 생산된 대두에서 추출한 기름 원액(원유)을 수입해 국내 공장에서 정제해서 판매한다. 특히 소비량이 많은 ‘업소용 식용유’라 불리는 18L 짜리가 직격탄을 맞았다.

주요 수입국 아르헨티나에 홍수
업소용 제품 출고가 9%나 올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콩기름용 대두의 주산지는 미국과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이다. 그 중에서도 아르헨티나의 대형 농장은 세계 콩시장을 좌우하는 주된 산지다. 하지만 이 아르헨티나에 대규모 홍수가 발생한 것이 문제를 불러왔다. 아르헨티나산 콩 생산이 급감하고 가격이 폭등하면서, 자연스레 브라질과 미국산 콩과 콩기름의 수급도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콩기름 원유를 수입해 식용유를 판매하는 오뚜기·동원·롯데푸드 등의 업체 등은 비상이 걸렸다. 대상은 아예 지난해 10~12월 원유 수입과 업소용 식용유 생산을 중단했다. 올 1월부턴 미국산 콩기름 원유 수급이 늘었지만 이를 정제해 업소용 식용유로 만드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달 말까지는 업소용 식용유 수급이 원활치 않다.

그나마 수입된 아르헨티나산 원유도 예년에 비해 품질이 좋지 않아, 똑같은 양의 대두를 정제하더라도 콩기름이 나오는 양이 10% 가까이 줄었다. 두세번씩 더 정제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 때문에 식품업체들은 업소용 식용유의 가격을 올리고 있다. 오뚜기와 롯데푸드는 최근 업소용 식용유의 출고 가격을 9% 가량 올렸다. 도매시장에서 약 2만4000원(18L 한 통 기준)하던 업소용 식용유는 현재 2만7000원대까지 치솟았다.

식용유 업계 1위 업체인 CJ제일제당도 이달 중 업소용 식용유 가격을 7~8% 인상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콩기름을 들여오는 대신 콩 자체를 수입해서 국내에서 짜서 콩기름을 만든 뒤 판매하는데 대두 값이 올라 인상 요인이 생긴 점은 다른 업체와 비슷하다. 이은영 CJ제일제당 부장은 “지난해 3분기에 t당 395달러(약 47만6000원) 하던 대두가 지난해 4분기 들어 t당 445달러(53만6000원)까지 올랐다”면서 “환율 영향까지 겹쳐 제조원가가 18% 가량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가정용 콩 식용유 가격은 아직은 오르지 않았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가정용으로는 카놀라유 등이 주로 팔려 당장 콩 품귀로 인한 영향은 없지만, 가장 저렴한 가정용 콩 식용유의 가격이 오른다면 서민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업계에서는 이번 품귀 현상이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쯤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산 콩기름 원유가 수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달부터는 아르헨티나산 콩기름 원유의 수입도 늘어난다. 박철홍 대상 과장은 “지난 3개월간 중단한 콩기름 원유 수입을 이달 초부터 재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BBQ·교촌치킨·BHC 등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의 경우는 이번 식용유 품귀 현상의 피해를 빗겨갔다. 브랜드 차별화를 외치면서 올리브유·카놀라유·해바라기유 등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곽성권 BBQ 상무는 “자체 물류망으로 확보된 올리브유만 쓰고 있어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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