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빼고 오승환 넣겠다는 WBC 김인식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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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광현이도 없고, (강)정호도 빼야만 하고….”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을 앞두고 김인식(70) 야구대표팀 감독의 시름이 깊다. 부상과 사고 등으로 주전급 선수들이 줄줄이 빠지면서 마무리 투수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합류가 절실한 상황이다.

음주사고 물의 강정호 제외 불가피
도박 처벌 오승환 여론 부담 있지만
투수진 약한 대표팀, 불펜 보강 절실
오늘 코칭스태프 엔트리 변경 논의

김 감독은 4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WBC 코칭스태프 회의를 열고 엔트리 변경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말 확정 발표한 엔트리를 불가피하게 변경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메이저리그에서 주가를 올린 마무리 투수 오승환은 야구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을까. 김인식 감독은 “투수가 부족한 대표팀엔 오승환이 꼭 필요하다” 라며 “국가를 위해 봉사할 기회를 주자”고 말한다. [중앙포토]

메이저리그에서 주가를 올린 마무리 투수 오승환은 야구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을까. 김인식 감독은 “투수가 부족한 대표팀엔 오승환이 꼭 필요하다” 라며 “국가를 위해 봉사할 기회를 주자”고 말한다. [중앙포토]

김 감독은 지난달 음주 뺑소니 사고로 불구속 입건된 내야수 강정호를 엔트리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왼 팔꿈치 수술을 결정한 김광현(29·SK)을 대체할 투수도 찾아야 한다. 아울러 김 감독은 예비 엔트리부터 최종 엔트리까지 한 번도 포함되지 않았던 오승환의 합류를 추진 중이다.

오승환은 지난해 초 법원으로부터 원정도박 혐의로 벌금형(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 오승환에게 ‘한국 복귀 시 72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다. 대표팀 선발과 관련한 제재가 따로 있었던 건 아니지만 김 감독은 여론을 의식해 오승환을 뽑지 않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입장을 바꿔 오승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오승환은 꼭 필요한 선수다. 엔트리 변경 시한(2월 5일)까지 시간을 갖고 (대표팀 합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를 ‘대표팀에 뽑아서는 안 된다’는 여론과 ‘선발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김 감독은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김 감독이 오승환을 선발하려는 이유는 투수진 보강 때문이다. 3월 열리는 WBC에는 류현진(30·LA 다저스)과 김광현 등 에이스급 투수들이 부상으로 뛰지 못한다. 선발진이 취약한 가운데 불펜진을 강화하지 못하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추신수(35·텍사스 레인저스)·김현수(29·볼티모어 오리올스) 등 MLB 선수들이 소속팀으로부터 WBC 참가 허락을 받지 못해 공격력도 구멍이 난 상태다. 전문가들은 1라운드 통과(한국·대만·네덜란드·이스라엘이 속한 A조에서 1·2위)도 쉽지 않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 감독과 KBO는 전력 보강은 불가피하다면서도 강정호는 제외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낸 강정호는 현재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피츠버그 구단도 그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 이미 법적 처벌을 받은 오승환과는 다른 경우다. 오승환은 “대표팀에서 불러주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인트루이스 구단도 오승환이 원할 경우 WBC 참가를 허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오승환의 대표팀 선발을 반대하는 쪽에선 그가 KBO의 징계를 받지 않은데다 불법을 저지른 선수를 대표팀에 뽑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오승환을 대표팀에 뽑아야 한다는 쪽은 법적 처벌을 받은 선수가 대표팀에 뽑힌 전례가 있었고, 오승환이 WBC를 통해 사적인 이익(병역문제나 팀 이적 등)을 얻지 않는다고 말한다. 김 감독은 “오승환이 WBC 참가 의사를 밝힌 건 개인이 아닌 나라를 위한 것이다. 잘못을 반성하고 국가에 봉사할 기회를 주는 게 옳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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