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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학」체질개선·방향전환모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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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70년대 중반이후 유신체제에 반대하면서 현실참여 문학을 주도했고 80년대 들어선 이후 민주화투쟁에 앞장서왔던 문단속의 「민중문학」 계열이 최근 시국의 전환과 함께 새로운 방향전환 모색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현실참여운동의 중심을 이루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희」의 성격전환과 민중문학운동을 이끌어온 평론가·시인·작가들의 의식변화등 크게 두갈래로 나누어진다.
현재 「자유실천 문인협의회」 (약칭 「자실」)는 민주화실현에 따라 가장 직접적인 목표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 이 모임의 성적전환과 함께 그 명칭도 바꿀 예정인데 현재 가장 유력시되는 새 명칭은 「민족문학작가회의」 30대이하소장 파문인으로 구성된 20명의 간사단과 「자실」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꾸려가는 7인 집행위원(김명수·김성동· 김정환· 송기원· 이시영· 이영진· 채광석) 사이에는 이미 기본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으로 원로·중견문인들로 구성된 지도위원을 비롯한 집행위원· 간사단 대표 연석회의에서 최종 합의가 이루어지면 「자실」 은「민족문학작가회의」라는 명칭으로 새롭게 출범하게된다.
이에앞서 「자실」 의 대표였던 소설가 이호철씨는 대표직 사퇴의사를 표명, 집행부가 이를 받아들여 7월중 새대표 선출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밝혀졌다.
사의를 표명한 이씨는『이제야말로 「자실」 이 활성화되어 참다운 일을 할때』라며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명칭변경의 문제도 그와같은 맥락인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현재 명칭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 가 넓게는 민주·자유쟁취에서부터 좁게는 문학의 표현자유옹호·구속문인석방등 주로 정치적 개념인데 비해 거론되고 있는「민족문학작가회의」는 그야말로 민족문제인 분단극복 및 통일의지를 담고 있다고 시인 이시영씨는 설명했다.
평론가 채광석씨는 『민족문제는 이데올로기 제약 및 법적 한계, 소극적인 국민의식 문제등 극복하기엔 매우 어려운 숙제들이 가로놓여 있다』 며 『통일문제에 접근하기 위해 현재 그와 관련한 실정법의 문제점을 검토하고 있다』 고 밝혔다.
한편 앞으로의 민중문학의 진로에 대해 소설가 송기원씨는 『민주화투쟁· 자유쟁취· 광주사태등이 여태까지의 중요한 주제및 소재였다』 고 전제한뒤 『그러나 80년대 후반에는 자주통일문제· 민족동질성 회복등이 작품의 주요내용이 될것』 이라고 말했다.
또 현실발언이 강한 신진층을 대변하는 평론가 현준만씨도 『민족문학의 입장에서 쓸 소재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며『표현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외세의 문제, 기층민중의 문제등이 폭넓게 거론될 것』 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고조된 민중문학의 새좌표 설정에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 민주화실천에 대해 계속 감시의 눈길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문인들은 주장하고 있다.
시인 김정환씨는 『통일되는 그날까지 지방간·계층간의 진정한 민주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며 『민중문학은 통일될때까지 자유·평등·해방에 대한 현재의 노선을 계속 이어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론가 백악청씨도 『구속자 석방문제, 표현자유에 대한 규제문제등이 아직 불투명한 상태』 라며 『그러나 형식적 민주주의가 아니라 실질적 민주주의가 이루어진다고 했을때 민중문학은 여태까지 가꾸어온 민족생존의 문제를 더욱 심화, 발전시켜 나가야한다』 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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