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소와 최루탄가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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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6일하오 연세대 노천극장. 방학중인데도 5천여명의 학생들이 「최루탄에 맞아 숨진학우」 이한열군을 추모하기 위해 모였다.
『…한알의 밀알이 되고자, 이땅의 현실이 가슴아프다며그렇게도 고통스러워하던 네가 결국 민주화의 화신으로 불타올랐구나…』이 이군이 소속됐던 「만화사랑」서클 동료인 한 여학생이 영결편지를 읽는다. 단상에 정좌했던 이군의 아버지는 얼굴을 무릎에 파묻었고,학생들 속에서도 흐느낌이 파도처럼 번져갔다.
편지낭독이 끝나자 학생들은 사회자의 선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제히 구호를 외쳤다.
『한열아, 부활하라. 우리는 승리하리라」
슬픔에 떨리는 7천여명의 젊음의 함성은 장마구름이 낮게 드리운 7월하늘에 메아리를 남기며 우뢰처럼 울렸다.
같은시간, 이군의 분향소가 마련된 학생회관 1층.
다 키워놓은 아들을 졸지에 잃은 충격과 비탄에 반쯤 넋이 나간 이군의 어머니는 회관 벽에 나붙은 여학생의 조시에 시선을 둔채 어깨를 들먹인다.
『한아, 이제는 깨어나 마침내 일어서렴. 꿈에도 그리던 반독재 민족자주의 나라로. 한아, 이제는 깨어나 마침내 일어서렴…』 그때 집회를 마치고 시위에 나서는 학생들의 『한열이를 살려내라』 는 구호가 교정을 메웠고 잠시후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다시 자욱한 최루탄연기가 분향소까지 몰러들었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재채기 소리, 코·입을 막고 흩어지는 학생·문상객들.
아직도 「최루탄의 계절」 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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