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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양길승씨 사표수리] '풀코스 접대' 그리고 거짓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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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양길승(梁吉承)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끝내 중도 하차했다. 소방헬기로 새만금을 시찰한 사건으로 옷을 벗은 비서관 세명에 이어 네번째 청와대 낙마다. 특히 그는 청와대 내부 감찰을 통해 물러난 첫 공직자로 기록되게 됐다.

민정수석실 2차 조사 결과 梁실장은 고위 공직자로서 과다한 접대와 선물을 받았고, 무엇보다 거짓 해명을 했다. 부적절한 처신으로 청와대의 도덕성에도 적잖이 상처를 입힌 것이다. 지난 7월 1차 조사를 벌였던 민정수석실이 당시엔 이런 사실을 밝혀내지 못한 데 대한 지적의 목소리도 있다.

민정수석실의 조사 결과 梁실장은 청주에서 이른바 '풀코스'로 접대를 받았다. 그는 룸에서 여종업원의 시중을 받으면서 '윈저'17년산이 7병이나 들어간 2백15만원짜리 주연(酒宴)에 새벽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원호씨 등은 R호텔 스위트룸에 마련된 잠자리에 접대부까지 딸려 보냈다.

비록 梁실장이 접대여성은 되돌려 보냈다고 해도, 수사대상자와 장시간 어울리면서 술자리에 끝까지 합석한 것은 청렴을 강조해온 청와대 방침에 역행하는 처신이었다는 것이다.

梁실장은 닭도리탕 등으로 식사를 하고, 초정약수 관광지에서 목욕을 즐긴 뒤 오원배씨가 내준 승용차편으로 45만원 상당의 선물 보따리를 안고 상경했다. 술자리에서 이원호씨가 자신을 향한 경찰 수사가 억울하다고 주장하면서 사실상 청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적절한 처신을 다음날 오후까지 계속한 것이다.

문재인(文在寅)민정수석은 "솔직히 사표수리할 정도까지 책임이 큰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파문이 커지면서 책임이 가혹해진 면이 있다"는 주장이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도 梁실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대선 때 고생했고 성실한 사람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고 文수석은 전했다.

梁실장 문제는 여러 갈래로 파장을 낳고 있다. 우선 8월에 있을 청와대 개편폭이 중폭 이상으로 커지는 분위기다. 청와대 직원윤리규정의 현실성 문제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文수석은 "접대받을 수 있는 금액의 상한선(2만원)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강민석 기자

*** "국화베개 7개는 대통령 줄 선물"…전달은 안돼

양길승씨는 청주 향응을 받은 뒤 귀경길에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받은 선물도 받았다. 오원배씨가 梁씨에게 전해준 국화베개들이 그것이다. 국화베개는 베갯속을 국화잎으로 채운 고급 상품이라고 한다. 청와대 조사에 따르면 9개의 국화베개엔 梁실장 부부 몫과 대통령 가족들의 몫이 포함됐다고 한다.

梁실장은 "이중 두 개를 집으로 가져갔지만, 나머지 7개는 대통령께 미처 말씀드리지 못하고 대통령의 관저 창고에 보관했다"고 밝혔고, 조사팀도 이를 확인했다고 한다. 국화베개 일곱 개가 盧대통령 선물용이었으나 전달은 안됐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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