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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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태우 선언」을 전폭 수용하는 전두환대통령의 특별담화가 발표됨으로써 개헌정국은 본격적으로 재가동되고 정치일정을 둘러싼 여야 대협상에 국민적 관심이 쓸리고 있다.
현 대통령 임기 만료일인 88년2월24일까지 남은 7개월22일동안 여야가 직선제헌법에 의한 정권교체를 이룩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타결지어야 할 사항은 △개헌 (국회발의 및 의결·국민투표) △대통령선거법 개정△대통령선거△정부 인수·인계작업이다.
이와함께 새정부 출범전에 현 국회를 해산할 것인가의 여부를 결정지어야 하며 △국회의원 선거법 개정△국회의원 총선거△지자제 실시문제를 협상으로 매듭지어야 한다.
국회의원선거 실시 시기는「새정부 출범전」또는「그후」, 그리고「89년4월까지의 임기를 다 채운뒤」등 세가지로 생각할 수 있으나 이에 관계없이 선거법·선거구 조정문제등을 협상과정에서 풀어야 한다.
대통령선거는 정부이양 준비기간등을 생각할때 늦어도 금년 안에 실시돼야 한다. 대체로 대통령책임제 국가에서 정부이양 준비기간은 새 정부의 내각구성·업무파악등으로 2개월정도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 일정을 무리없이 수행하기 위한 실제기간은 금년말까지며 연말의 들뜬 분위기로 접어드는 12월하순 이후를 빼면 앞으로 5개월15일 정도
대통령선거 시기를 늦어도 12월중순으로 잡고 역산해 볼 때 선거운동 기간등을 빼면 아무리 늦어도 10월말까지는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끝내야 한다. 또 국회에서의 공고기간(20일)과 국민투표 공고기간 (7일) 등 개현을 위한 최소한의 법정소요시간 27일을 계산하면 10월초까지 협상이 완료돼야 한다.
더구나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거를 치르기로 합의할 경우 정치일정은 더욱 여유가 없어진다.
결국 협상기간은 2개월반에서 3개월 정도며 이 기간중 이같은 숨가쁜 정치일정을 결론지어야 하는 것이다.
민정당측은 노대표의 수습안이 워낙 전격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개헌안·대통령선거법·국회의원선거법 및 정치일정에 관한 구체안을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나 △8월말까지 여야단일개헌안마련△10월초까지 개현안 국회통과 및 국민투표△11월중순∼12월초순 대통령선거△12월 또는 적절한 시기의 국회의원총선거 실시등으로 윤곽을 잡고 구체적인 것은 협상에 따라 정한다는 것이다.
당개헌특위는 개헌안 마련을 서두르고 있으며 별도로 구성된 특별팀이 대통령선거법을 만들 작정인데 이같은 작업은 7월중순전까지 확정짓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측은△8월15일까지 개현안 국회통과△9월2O일 (정기국희개회)까지 국민투표 완료△10월10일 예산안 통과후 국회해산△10월말∼11월초 대통령선거 실시라는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이와함께 당개헌작성특위를 구성, 7월10일까지 개헌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양당의 이런 일정구상을 보면 민주당측이 서두르고 민정당측은 협상기간을 보다 넉넉히 잡는 신중한 입장이다.
개헌안에는 여야의 견해차가 두드러지지 않으며 직접적인 이해관계의 충돌이 없기 때문에 8월말까지 임시국회에서 개헌안을 공동발의한다는 1단계 정치일정에 관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으로 개헌안을 살펴보면 민정당측은 당초의 당론인내각제의 권력분산 정신을 살려 3권분립 조항을 보다 확실히 할 계획이며 민주당측도 권력분산이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기본권 강화, 사법권의 독립성강화, 입법부의 권한 신장에도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의 비상대권문제, 국민저항권 신설, 국회 국정감사권 부활, 국무희의 기능문제에 있어서 난항이 예상되나 절충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선거법에 대해서는 여야가 민감히 대치할 것으로 보이나 양측 모두「공정보장」에 이론이 없고 선거운동방식, 투·개표관리문제 등에 있어 조문법으로 득을 보겠다는 얄팍한 입장은 취할 수 없을 것으로 보여 다소 난항은 있겠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협상과정에서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릴 부분은 역시 국회해산과 선거법 협상이다.
여야는 다같이 새헌법에 따른 국회해산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개헌을 하면 당연히 현재의 국회를 해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영삼 민주당총재는 가급적 대통령·국회의원을 동시선거하자는 주장이다. 그는 두차례로 나눠 선거를 하면 국력 소모가 크고 이젠 국민수준이 높아져 동시선거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주장의 뒤에는 양대선거를 동시에 함으로써 야당 붐 조성이 용이해진다는 계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민정당측은 선대통령선거·후국회의원선거를 분명히 하고있다. 대통령선거의 지역별 득표상황에 따라 의원 후보를 공천하는 것이 여당의 오랜 방식임은 물론이다. 공천 지망자들이 대통령선거에서 최대한 뛰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민정당은 정치일정을 여야 협상의 진도에 맞춘다는 입장인 것 같다. 협상이 잘돼 11월에 대통령선거를 하게 되면 12월에 의원선거를 하고 협상이 늦어져 12월에나 대통령선거를 하게 되면 의원선거는 내년으로 미룰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가장 관심사인 선거구제도에 있어서는 소선거구제를 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차 다수론이 돼가고 있지만 여야 모두 아직 내부 의견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다.
의원선거법은 당과 당간에는 물론 같은 당안에서도 의원 개개인, 계파간에도 의견 차이가 있는 만큼 협상이 쉽지 않다.
따라서 이 문제로 직선제개헌과 민주화라는 큰 합의를 훼손할 우려도 없다고는 할 수 없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여야 합의로 직선제개헌을 우선하고 정부이양이 이뤄진 후 협상하게 될 가능성까지 배제하기 어렴다.
이밖에 지자제 실시시기도 여야 합의사항으로 넘겨질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1월 24개 시·군·구에서의 시범실시와 5월께 전체 시·군·구실시를 발표한바 있지만 이 계획은 이제 백지화된 것이나 다름없다. 여야가 협상과정에서 이 문제를 절충해 정부이양후 적당한 시기에 전면 실시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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