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내규 前 산자부차관 유머집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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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임내규(林來圭.58) 해사유머경영연구원장(전 산업자원부 차관)과 골프를 쳐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평소 핸디보다 네다섯점은 더 쳤다고. 골프장 그늘집에서나 티 그라운드에서 林원장이 던지는 유머 한마디는 동반자들을 포복 절도케 한다. 물론 동반 골퍼는 집중력이 떨어진다.

골프가 끝난 뒤 스코어가 나빠도 동반자들은 기분이 나쁘지 않다. 다른 모임에서 써 먹을 수십개의 유머를 배웠으니까. 그가 최근 '봉수야!'라는 제목으로 유머집을 냈다. 아호인 해사(海史)를 필명으로 낸 이 책에는 1백50편의 유머가 실려있다.

# 팬티 입은 개구리

어느 연못에서 물뱀이 헤엄치고 있었다. 연못 여기저기서 개구리들이 놀고 있는데 모두 벗고 있었다. 물뱀이 연못 맞은 편에 도달하니 한 놈만 팬티를 입고 바위 위에 있었다. 물뱀이 "넌 뭔데 팬티를 입고 있어"라고 물었다. 팬티입은 개구리는 수줍은 듯 "저요? 때밀이인데요"라고 했다.

#택시기사와 할아버지

어느 할아버지가 택시를 탔다. 요금이 1만원 나왔지만 할아버지는 8천4백원만 냈다. 택시기사가 "할아버지, 요금이 1만원인데요"라고 하자, 할아버지 왈 "이놈아! 너 1천6백원부터 시작한 거 안다, 잉!"

#고승의 말씀

어느 고승이 동자승을 데리고 산길을 간다. 고승이 먼산을 바라보더니 "심조불산에 호보연자로구나"라고 했다. 동자승은 고승의 깊은 말 뜻을 헤아릴 길이 없었다. 동자승은 고승에게 "어느 분의 말씀입니까"라고 물었다. 고승이 한참 머뭇거리다가 "수군인용이다"라고 했다. 동자승이 다시 뜻을 묻자 고승은 동자승에게 먼산을 가리켰다. 산허리의 입간판에는 "산불조심, 자연보호 -용인군수-"라고 쓰여 있었다.

"29년10개월 동안 공직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나 후배들을 위해 기록으로 남길 만한 일을 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웃음과 유머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남을 웃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웃기려는 만큼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생각을 해야지요."

林원장은 새로운 유머를 들으면 곧바로 집이나 다른 모임에서 복습을 하고, 또 듣는 사람이 더 즐거워할 수 있도록 약간 바꾸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양자간 또는 다자간 통상협상의 현장에서도 유머는 분위기를 매끄럽게 하고 협상이 쉽게 풀리도록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곧 서울 목동에 연구원을 차린다. 경영자에겐 유머 경영을, 종업원에게는 '펀(FUN)(즐거운)' 직장 생활을 하는 방법을 연구하겠다고 했다.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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