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총수없는 그룹'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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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자살로 현대그룹이 총수가 없는 기업집단이 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민에 빠졌다.

공정위가 규제 대상 기업집단을 지정할 때는 우선 기업을 지배하는 개인이나 회사(동일인)를 먼저 정하고, 동일인의 지분과 영향력 등을 고려해 계열사의 범위를 정하게 된다.

그런데 동일인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법적으로 '정몽헌을 동일인으로 한 현대그룹'이란 틀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공정거래법에는 이런 경우에 대비한 규정이 없다. 2001년 정주영 명예회장이 사망했을 때는 이미 현대가(家) 형제들의 다툼으로 옛 현대그룹이 나눠지고 동일인도 바뀐 상황이었다.

공정위는 일단 과거의 예를 참고해 내년 4월 규제대상 기업집단을 새로 지정할 때까지는 현재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한진의 조중훈 회장(2002년)이나 동국제강 장상태 회장(2000년)이 사망했을 때도 동일인이 없는 채 일정기간을 보낸 후 신규 지정 때 동일인을 변경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동일인이 바뀐다고 해서 현대그룹의 계열사 수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현재 계열사 12개로 자산 규모 면에서 민간기업 중 11위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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