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동차 보험료 오를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손해보험사들이 오는 10월께 자동차 보험료를 3~5% 정도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 사고가 증가함에 따라 보험사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에서 사고시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비율인 손해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초 일부 보험사가 자동차 보험료를 소폭 올린 적은 있지만 업계 전체적으로 보험료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2001년 8월 보험료 자유화 이후 처음이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손보사들의 올 회계연도 1분기(4~6월) 손해율은 72.9%로 전년 동기(62.8%)에 비해 10%포인트 가량 높아졌다. 보험사가 고객에게 1천원을 보험료로 받으면 7백29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를 설계사.대리점 수당 등 사업비로 썼다는 얘기다.

손해율이 높아진 것은 올 들어 교통법규 위반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신고하는 '카파라치'에 대한 보상금 제도가 폐지되고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이 느슨해지는 등의 원인으로 차를 함부로 모는 사람이 많아져 교통사고도 덩달아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월드컵 대회가 열리면서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데다 10부제 실시 등으로 자동차 운행이 줄면서 손해율이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월드컵 대회가 끝나면서 자동차 사고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해 손해율도 지난해 10~12월부터는 70%대로 높아졌다.

손해율이 크게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보험료 인상폭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폭을 결정하는 데 경쟁사의 '눈치'를 심하게 살피고 있다.

11개나 되는 보험사가 자동차 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료를 크게 올렸다가 자칫 가격 경쟁력을 잃으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자동차 보험이 일반 보험보다 평균 15% 저렴한 것을 무기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키우고 있는 것도 오프라인 보험사들이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하고 있다.

올 4~6월 회사별 손해율을 보면 삼성.현대.LG 등 대형사들은 대체로 70% 초반에 머무른 반면 신동아.그린 등 중소형사들은 70%대 후반까지 높아졌다. 대형사들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중소형사들은 사정이 더 어렵다는 얘기다.

한편 소비자단체는 보험료 인상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보험소비자연맹의 조연행 사무국장은 "고객에게 손해율 상승의 부담을 떠넘기기 전에 보험사가 먼저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