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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되찾은 박경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30일밤 서울 충무로5가 파출소.
「6·10」에서 「6·25」까지. 17일동안 세차례나 시의 대학생들의 습격을 받아 기물이 부서졌던 도심 파출소에 녹색등이 환히 켜졌다.
부서진 집기 보수와 페인트단장을 막 끝내고 더이상 필요없게된 투석막이 철망까지 모두 뜯어낸 산뜻한 모습.
습격때마다 소내에 있다 근욕을 치른 박모경장(31)이『꿈만 같다』며 환히 웃는다. 옆에 선 방범대원들도 모두 홀가분한 표정.
『대학가 파출소가 그렇듯이 파출소가 예전엔 길건너 동국대생들의 애환과 낭만이 서린 곳이었지요.』 술값이 모자란 학생들에게 푼돈을 털어 꿔주기도 하고, 일본식 가라오케업소의 간판을 『재수없다』며 부순 학생과 밤새워 「애국심」을 놓고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순수한 지성의 학생들에게 배우기도, 때론 꾸짖기도 했어요.』 『바로 그 학생들이 돌과 쇠파이프를 들고 몰려올맨 아찔했지요.그러나 그들을 결코 미워하지 않습니다. 모두들 「위대한 민중」의 애국시민으로 훌륭히 커갈테니까요.』 과잉진압과 격렬시위, 최루탄과 화염병 연기속으로 언제부턴가 사라져버렸던 학생과경찰의 「낭만」이 되살아나 소주잔을 든 학생들이 파출소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은 밤.
이틀째 기쁨으로 흥청이는 충무로로 순찰을 나서는 박경장의 어깨와 발걸음이 참으로 가벼워 보였다. <김석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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