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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선거서도 결선투표…총선에선 12.5% 이상 득표해야 결선 진출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프랑스는 결선투표의 나라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한 번에 당선인을 결정하는 일이 없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비례대표제가 가지는 광범위한 정치세력의 선택을 가능하게 하면서 동시에 다수제가 지니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집권세력의 형성을 이루겠다는 의도다.

프랑스 결선투표제의 역사

대선은 물론 하원 선거에서도 선거구마다 50% 이상의 절대 다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심지어 정치세력마다 대선 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경선 후보 선거에서도 결선투표제를 택한다. 이달 치러지는 중도좌파 사회당 국민예선투표도 결선투표제가 적용된다.

프랑스는 지방선거에서도 결선투표를 실시하고, 심지어 비례대표제를 적용할 때도 결선투표를 시행한다. 프랑스에는 세 단계의 지방단체가 존재하는데 기초단체와 광역단체는 다수제와 비례대표제를 섞어 적용한다. 중간단체인 도의회는 소선거구에서 남성과 여성 후보가 하나의 짝을 이뤄 입후보하는 특이한 형식인데 하원 선거와 유사한 결선투표제를 운용한다.

광역과 기초 수준 의회선거에서는 특정 정치세력이 50% 이상 절대 다수의 득표율을 획득하면 전 의석을 차지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따라서 결선투표가 진짜 선거라고 할 수 있다. 투표 결과에 따른 의석 배분에서 광역과 기초에 서로 다른 규칙이 적용되기는 하지만 기본 철학은 안정적 집권세력을 선출하자는 게 목적이다. 10% 이상의 득표율을 획득한 세력만이 결선에 진출하는 자격을 얻으며 결선에서 1등을 하면 보너스 의석을 얻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결선투표의 궁극적 목적은 다양한 정치세력의 연합을 도출해 내자는 것이다. 하원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에선 1차에 등록 유권자의 12.5% 이상을 득표한 후보는 결선에 진출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결선투표가 3~4파전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결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힘을 합쳐야 하고 선거 전부터 미리 탄탄한 연합을 구성해야 표의 향방을 조절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소선거구 결선투표를 시행하는 특수한 전통이 만들어진 것은 1852년 루이 나폴레옹이 황제로 등극한 제2제정 때다. 이 제도는 당시 권위주의 체제에서 극단을 방지하고 중도를 옹호하는 제도로 구상됐다. 1870년대 출범한 제3공화국에서 이 제도를 이어받음으로써 프랑스식 의원 선출방법으로 굳어졌다. 1944~58년의 제4공화국에서 비례대표제로 변화가 있었지만 정치 불안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동해 현재의 제5공화국에서는 다시 소선거구 결선투표제로 돌아왔다.

1962년 개헌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되면서 대선에도 결선투표제를 적용해 오늘에 이른다. 프랑스가 다당제와 정치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 중요한 제도적 요소로 결선투표제가 꼽힌다.

조홍식 숭실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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