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K팝댄스…문화체험으로 동남아 관광객 잡아라

중앙일보

입력 2016.12.28 02:21

업데이트 2016.12.28 03:04

지면보기

종합 05면

관광 한국 업그레이드 <상> 유커가 싫증낸다
서울 용문동 색조화장품 판매점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국산 화장품을 손등에 발라보고 있다. 사진은 하루에만 6곳의 매장을 돌아다니며 ‘쇼핑 관광’을 한 중국인 관광객 왕모(32)씨가 찍어 본지에 제공했다.

서울 용문동 색조화장품 판매점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국산 화장품을 손등에 발라보고 있다. 사진은 하루에만 6곳의 매장을 돌아다니며 ‘쇼핑 관광’을 한 중국인 관광객 왕모(32)씨가 찍어 본지에 제공했다.

‘중국인’과 ‘쇼핑’. 이 두 가지는 한국 관광산업에는 양날의 검과 같다. 이 둘에 기대 성장해왔지만 한국 관광산업의 기초 체력이 부실해진 원인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문화 체험’을 통해 중국인뿐 아니라 다양한 관광객들을 끌어모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커·쇼핑’ 의존 탈피하려면
영어·중국어로 수업하는 요리교실
전통시장 돌며 장보기도 좋은 반응
“태국 딸기는 신데 한국 건 아주 달아”
농장서 딸기 따기 프로그램도 인기
인도네시아 관광객엔 스키·눈 체험
‘한국서 증명사진 찍기’ 이색상품도

대만에서 온 리쇼웬(52)과 리리메이(47) 자매는 이번이 여섯 번째 한국 방문이다. 그동안 쇼핑을 하거나 맛집을 찾는 게 주된 일정이었지만 이번엔 다르다. 인터넷에서 중국어로 수업하는 한국 요리 교실을 찾아내 5박6일 중 이틀을 요리 수업에 할애했다. 리쇼웬은 “매번 비슷한 여행 일정이 좀 지루했는데 한국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김밥과 떡볶이를 만들면서 특별해졌다”고 말했다.

자매가 수업을 받은 오미요리연구소의 김민선 대표는 지난해 3월부터 외국인에게 영어와 중국어로 요리를 가르치고 있다. 매일 6명이 한 팀으로, 근처 경동시장에서 장을 본 다음에 요리를 만든다. 김 대표는 “시장을 돌며 참기름 짜는 모습을 보거나 쌍화차를 시음해보는 등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체험을 외국인 학생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홍콩에 사는 하윙밍(27)은 K팝 댄스를 배우기 위해 3박4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아이돌 그룹 ‘빅뱅’의 팬인 그는 서울 장충동 ‘꼬레아트’의 K팝 댄스 체험교실을 찾아 20명의 수강생 틈에서 두 시간에 걸쳐 ‘뱅뱅뱅’ 안무를 배웠다. 하윙밍은 “두 시간에 4만원이 아깝지 않을 만큼 즐거웠다”고 말했다.

K팝 댄스와 사물놀이, 타악 퍼포먼스 등 한국 문화 체험프로그램을 2014년 6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지윤성 꼬레아트 대표는 “최근 한류 트렌드는 공연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느끼고 즐기는 체험으로 바뀌고 있다”며 “다양한 체험 관광 상품을 개발해야 관광객을 지속적으로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기종 경희대 관광학부 교수는 “쇼핑 관광으로는 한계에 부딪힌다. 자연 경관도 한국의 경우 자산이 풍부하지 않다. 하기에 따라서 무한정 발전할 수 있는 문화 관광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한산도와 전남 남해안 코스를 ‘이순신 관광루트’로 스토리를 입히고 그 지역 먹거리도 소개하고,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건강 관광 추세에 맞춰 ‘한방(韓方) 관광’ 프로그램도 만들 수 있다. K팝을 중심으로 한 공연 문화관광도 상설 공연장 등으로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해외에서 먼저 주목하는 한국의 ‘틈새 관광 자원’도 있다. 중국 여행사 광지려는 최근 ‘한국 증명사진 관광’을 상품으로 개발 중이다. 증명사진을 찍으러 한국에 가는 김에 관광을 하는 패키지다. 이 여행사 관계자는 “웨딩 사진은 찍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돈도 많이 드는 데다 인원이 제한적이지만 입시나 취업 등을 앞두고 증명사진은 누구나 찍어야 하기 때문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중국인을 대체할 시장으로는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친근감을 갖고 있는 동남아시아가 떠오른다.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을 찾은 인도네시아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9.2%, 베트남 관광객은 38.7%, 대만 관광객은 35.3%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인 관광객은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동남아 관광객에게 초점을 맞추면 기존에 생각 못했던 관광상품도 개발할 수 있다. 태국 관광객의 경우 딸기밭 체험을 즐긴다. 태국 여행사 ‘저니랜드’의 락사니 쟁 매니저는 “태국 딸기는 맛이 신데 한국 딸기는 아주 달고 맛있다. 딸기철이면 한 시간 동안 농장에서 자유롭게 딸기를 따고 사진을 찍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무척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눈이 내리지 않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강원도에서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인도네시아 여행사의 나닝 스파도라 매니저는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러 강원도 여행을 간다. 인천 송도 신도시의 깨끗한 첨단 이미지도 인도네시아와는 다른 분위기라 좋아한다”고 했다.

관련 기사

하지만 아직 동남아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스파도라 매니저는 “한국 고급 레스토랑에서 퍼포먼스를 즐기면서 저녁을 먹는 상품도 매력 있는데 무슬림용 음식은 맛이 뛰어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 자카르타 지사의 이찰 매니저도 “인도네시아는 무슬림 국가인데 할랄 레스토랑이나 음식이 너무 제한적이라 개인 여행객들이 한국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 240억원의 예산을 들여 ‘전국 테마여행 10선’ 5개년 계획을 추진한다. 외국인 관광객의 체험형 관광을 늘리려는 의도다. 황명선 문체부 관광정책실장은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 특색에 맞는 체험형 관광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구희령·장주영·이현택·곽재민·허정연·유부혁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heali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