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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m 욕심내다 전공 500m 탈 날라…쉬어가는 이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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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빙속 여제’ 이상화가 다리 부상으로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27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스프린트 스피드선수권대회 여자500m 경기에서 빙판을 가르고 있는 이상화. [뉴시스]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빙속 여제’ 이상화가 다리 부상으로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27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스프린트 스피드선수권대회 여자500m 경기에서 빙판을 가르고 있는 이상화. [뉴시스]

‘빙속 여제’ 이상화(27·스포츠토토)가 27일 서울 태릉국제스케트장에서 열린 제43회 전국남녀 스프린트 스피드선수권대회에서 주종목인 여자 500m 1차 레이스를 38초64로 마쳐 1위를 차지했다.

7년 만에 월드컵 시리즈 ‘노골드’
무릎·종아리 부상에 출전 줄여
종목별 세계선수권 주종목에 집중
아시안게임 출전권 걸린 대회 1위

이상화는 이로써 2위 김민선(서문여고·39초47)과 함께 2017 삿포로 겨울 아시안게임(2월 19~26일) 출전권을 획득했다. 기록은 지난 10월 종별선수권 때(38초57)와 비슷하다. 2010 밴쿠버 올림픽 당시 이상화를 지도한 김관규 용인대 체육학과 교수는 “빙질이나 빙면 온도가 좋지 않아 선수들 기록이 전반적으로 0.5초 정도 늦어졌다. 그걸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기록”이라고 했다. 이상화도 “피곤한 상태였지만 기록은 만족스러운 편”이라고 말했다.

이상화는 이번 시즌(2016~17시즌) 국제대회 출전을 대폭 줄였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역시 체력과 피로 등을 감안해 남은 월드컵 시리즈에 아시안게임 대표선수들을 내보내지 않기로 했다. 이상화도 월드컵 5차 대회(내년 1월 27~29일·독일 베를린)를 건너 뛴다. 아시안게임과 일정이 일부 겹치는 세계스프린트선수권(2월 25~26일·캐나다 캘거리)과 월드컵 상위랭커 12명이 출전하는 파이널(내년 3월 10~12일)에도 나가지 않는다. 이상화가 월드컵 시리즈를 노골드(은 2개, 동 1개)로 마치는 건 7년 만이다.

그간 세계여자 빙상 단거리 최강자로 군림해온 이상화로선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런 선택을 한 건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다. 겨울 아시안게임을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이상화는 “빙상 단거리는 아시아 선수들이 정상권이라서 아시안게임이 올림픽 만큼이나 중요한 대회”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시즌 월드컵 여자 500m 1위는 장훙(중국), 2·3위는 각각 고다이라 나오와 쓰지 마키(이상 일본)다. 월드컵 노골드의 이상화는 5위로 내려앉았다.

이상화는 밴쿠버 올림픽 이후 고질적인 무릎 통증에 시달려왔다. 특히 왼쪽 무릎이 좋지 않다. 조금만 무리해도 무릎에 물이 찬다. 일부에선 수술을 권하지만 재활 및 강화훈련으로 버텨왔다. 게다가 최근엔 오른쪽 종아리 통증까지 생기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상화는 “시즌 개막에 앞서 훈련을 많이 했는데도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다”면서도 “우승을 하지 못했을 뿐 꾸준히 기록을 냈다. ‘항상 1등을 해야한다’는 주변의 시선에 압박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상화는 아시안게임 외에 내년 2월 9~12일 열리는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출전도 검토 중이다. 지난 시즌에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종목별 세계선수권 여자 500m 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특히 이번 시즌 종목별 세계선수권 대회는 평창 겨울올림픽 경기장인 강릉 스피드스케이트장에서 열린다. 이상화는 “당분간 대회가 없어 캐나다 전지훈련을 고민 중이다. 케빈 크로켓 코치와 상의할 예정이다. 레이스 감각 유지를 위해 전국체전 출전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관규 교수는 “(이상화가) 현재는 스타트가 가장 좋았을 때만큼 기록이 나오지 않고 있다. (종목별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 때까지) 첫 100m 구간기록을 단축한다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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