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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함께 하며 3시간 회담|청와대 영수회담 열리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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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정당내에선「수습전기」「인식차확인」기대·우려 교차>

<김총재, 발표문 작성 지켜봐>
24일의 청와대 여야 영수회담은 예정에 없던 점심까지 함께 하며 약 3시간이나 계속돼 관심을 집중.
원래 회담은 오찬 계획 없이 시작했으나 회담이 오래 걸려 점심시간이 되자 낮 12시53분쯤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점심을 함께 하며 대화를 계속해 이민우 신민당 총재와의 회담 예정시간인 1시30분 직전에 종료.
회담이 끝난 후 김영삼 총재는 방을 옮겨 이종렬 청와대 대변인이 구술한 내용을 되풀이해 들으며 이대변인과 김태룡 민주당 대변인이 발표문을 작성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김종령 대변인 혼자 배석>
김영삼 민주당 총재는 24일 상오 김태룡 대변인과 함께 10시22분 청와대 본관에 도착, 현관에 미리 나와있던 박영수 비서실장과 김병대 의전수석·김윤환 정무 제1수석의 정중한 마중을 받으며 회담장소인 대통령 집무실 옆 별실로 안내됐다.
이날 상오 있었던 「리브지」 한미연합사령관의 접견행사로 약속시간인 10시30분보다 조금 늦게 회담장에 도착한 전두환 대통령은 『김총재, 참 반갑습니다』라며 반갑게 악수를 나눈 뒤 대기하고있던 카메라맨들을 위해 잠시 포즈.
전대통령은 「리브지」사령관이 떠나게되어 만나느라 약속시간보다 조금 늦었다』고 했고 이에 김총재는 『어제 어디 다녀오셨지요』라고 인사.
전대통령이 『차를 뭘 드실까요』라고 묻자 김총재는 『코피는 아침에 벌써 몇 잔을 들었으니 인삼차를 주십시오』라고 주문하는 등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회담을 시작.
이날 회담은 다른 배석자 없이 이종렬 대변인만이 기록과 발표를 위해 배석했고 김윤환 정무 제1수석과 김 민주당 대변인은 다른 방에서 회담이 끝날 때까지 대기.

<4·13은 사실상 철회된 셈>
제5공화국 출범이래 여섯번째로 이루어진 24일의 여야영수회담은 지난 2O일 상오 사실상 확정돼 청와대 비서진과 민정당 관계자들이 그 동안 준비작업을 해온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전두환 대통령의 김영삼 민주당 총 면담은 노태우 민정당 대표위원과의 회담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밀려 계속 검토만 되어오다가 노대표가 정당대표 및 각계 원로들과의 대화를 건의해 급진전됐다는 후문.
청와대 정무비서실과 공보비서실은 이에 따라 예상되는 야당의 요구사항을 중심으로 회담내용을 사전 정리하는 등 분주한 옴직임.
한 소식통은 6·24영수회담은 이제까지의 대립적 관계에 있던 여야가 오늘 회담을 고비로 대화의 장에서 만나게 됐다는데 정치적 의의가 있다며 개헌논의가 즉각 재개됨으로써 4· 10조치는 사실상 철회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해석.

<예우 문제까지도 신경 써>
김영삼 민주당 총재는 24일 새벽부터 김동영 부총재·김태룡 대변인·황낙주의원 및 측근비서들과 함께 상도동 자택에서 영수회담에 따른 대책을 최종 정리하는 등 분주한 모습.
김총재는 그동안 이중재 부총재 등 동교동계 인사·국민운동본부 간부 등을 고루 접촉하는 등 야권의 의견을 두루 청취했고 23일 하오엔 최형우·김동영 부총재, 김현규 총무, 김수한·황낙주·권오대·서석재·목요상·홍사덕 의원, 김태룡 대변인 등을 자신의 민족문제연구소로 불러 전략을 숙의.
이와 함께 비서실에선 김덕룡실장·이원종 공보담당 등을 중심으로 총재가 할 발언요지를 정리하고 청와대 회담의 「관례」를 점검하며 청와대 쪽에서 총재에게 취할 「예우」문제에 신경을 쓰는 등 부산.
이번 회담준비에는 전두환 대통령과 과거 한때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황낙주의원이 많은 조언을 했다는 후문.

<두사람이 하나임을 확인>
김총재는 이날 상오 7시20분쯤 김대중 의장댁으로 떠났는데 『회담전망을 어떻게 보느냐』 『자신이 있느냐』는 기자질문에 손을 내저으며 대답을 회피.
1시간여동안 김의장과 요담을 마친 김총재는 곧장 당사로 쓰고 있는 민추협사무실로 와 기자들에게 『77일만에 김의장을 만났는데 김의장이 건강하고 바깥쪽 사정을 잘 알고 있더라』면서 『현정권이 그 동안 우리 두 사람을 떼어놓으려 해봤지만 오늘 김의장을 만나보니 「두 사람은 하나」 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피력.
김총재는 『김의장이 그 동안 민주당이 해온 일을 전적으로 지지했으며 오늘 영수회담에서도 최선을 다하라고 했다』고 설명.
김총재는 『김의장의 가택봉쇄가 오늘 하오3시쯤 풀릴 것 같은 감』이라며 『우리가 김의장 가택봉쇄 해제 등 전제조건을 내세웠지만 전세계가 우리나라 사태를 주목하고 있는 등 시국이 급박하니 「큰 정치」를 한다는 의미에서 몇 시간 차이는 별 문제가 안 된다』고 해명.
김총재는 『김의장과 시국관에 관해 견해차이를 보인 점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한 점도 견해차이가 없었다』고 했다.
한편 김대중씨는 자신의 민권회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김총재와의 요담내용을 전달했는데 전화를 받은 김옥두 비서실차장은 『김대중씨가 4·13조치의 철회와 선택적 국민투표 실시를 주문했고 이에 김총재도 동의했다』고 전언.

<당당하게 할말 다하겠다>
영수회담직전 민추협에서 열린 정무회의는 별다른 논의 없이 김총재의 회담을 성원하는 박수를 보내고 간단히 10분만에 종료.
회의에서 김총재는 『회담의 결과는 전혀 예측할 수 없으나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말하고 『국민이 원하는 바를 당당히 전하고 할말은 다하겠다』고 다짐했는데 긴장된 모습이 역력.
김총재는 자신의 방에서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는 상오 10시10분 김태룡 대변인과 함께 청와대로 떠났는데 당원 등 2백 여명이 당사입구까지 나와 박수를 보내자 손가락으로 VWK를 그려 보이며 답례.

<한때 불응하자는 의견도>
민주당 측은 영수회담 통보를 받고 23일 저녁 외교구락부에서 총재단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는데 6·10 관련자 석방과 김대중씨 연금해제의 전제조건이 이행되지 않고 있는 점을 중점 논의.
김총재는 회담이전에 두 가지 전제조건이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회담응낙여부와 회담대책 등에 대한 기탄 없는 의견을 주문.
이에 일부 참석자들은 『들어준다던 우리의 전제요구 사항을 사전에 들어주지 않는것만 봐도 회담에 임하는 상대방의 성의를 읽을수 있다』는 등의 발언이 나왔으나 동교동계의 이용희 부총재 등이 『회담이후에라도 조건이 이행되면 된다』고 양보했고 다른 참석자들도 『이 마당에 회담을 거부하면 여론의 지탄을 받는다』고 동조.
회담에선△4·13조치 철회△선택적 국민투표 실시를 거론한다는 원칙아래 모든 문제를 김총재에게 일임키로 했으나 회담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공동발표를 않고 따로따로 발표토록 한다는 방침을 수립.
그러나 당내에는 회담결과에 회의적인 전망이 많은 편.

<충분한 시간보장 확신응답>
여야 영수회담은 민정당의 이춘구 사무총장이 23일 하오3시30분쯤 야당 사무총장들에게 개략적인 회담일시를 통보하고 김윤환 정무 제1수석비서관이 각 당 총재에게 구체적인 시간을 통보하는 식으로 약속.
김영배 민주당 사무총장은 민주당의 이총장으로부터 『영수회담이 내일(24일) 아침일 것 같습니다. 오늘 저녁때 위에서 누군가가 김총재에게 갈겁니다』라는 전화통보를 받고 이를 보안에 부친 채 김총재에게 보고.
김총장은 그러나 하오 5시쯤 보도진들의 추궁에 이 같은 전화통화내용을 공개했는데, 『이총장에게 두 가지 전제조건은 어떻게된 것이냐고 묻자 특사가 가서 확실한 얘기를 하지 않겠느냐고 하더라』고 부연.
이어 하오6시30분쯤 김수석이 민족문제연구소로 전화를 걸어 『내일 오전중 두분이 만났으면 하니 오전시간을 비워두면 좋겠다』면서 『상도동 자택으로 찾아갈까 하는데 언제 찾아뵈면 좋겠느냐』고 물었고 이를 김덕룡 비서실장이 김총재에게 보고하자 김총재는 『하오10시에 집으로 오라』고 방문시간을 결정.
외교구락부에서의 총재단회의를 마치고 하오 9시45분 집으로 돌아와 비서진들이 준비한 「영수회담 대책자료」를 검토하던 김총재는 9시52분 김수석의 방문을 맞았다.
2층 응접실에서 20여분간의 면담이 끝난 후 김총재는 집에 와있던 김태룡 대변인과 김영배 사무총장을 불러 발표문을 검토.
10여분후 김대변인은 『내일(24일) 청와대에서 김총재와 회담을 갖자는 대통령의 뜻을 김수석이 전달했고 이에 대해 김총재가 응하기로 했다』고 설명.
김대변인은 『김총재가 원한다면 회담에 앞서 김총재가 김대중 의장댁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김수석이 밝혀 김총재가 「내일(24일) 상오 7시50분에 김덕룡 비서실장과 함께 김의장댁에 가겠다」고 말했다』고 부연.

<24일 아침에 시간 전달받아>
신민·국민당대표들과의 연쇄회담도 민정당 이춘구 사무총장이 각 당 사무총장에게 전화로 통보하고 이어 김윤환 정무 제1수석비서관이 다시 전화연락으로 확인한 뒤 김수석이 24일 아침에 직접 방문해 회담시간을 전달.
박해충 신민당 사무총장은 신민당 이 총장의 통보에 이어 23일 하오 7시쯤 김수석으로부터 『내일(24일) 하오1시30분에 회담을 갖자. 오늘 저녁에 내가 이민우총재 댁으로 가려고 했는데 사정이 안되므로 내일 아침 가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박총장은 이 같은 내용을 하오 9시쯤 삼양동 이총재에게 전화로 연락. 이에 이총재는 즉각 『내일 상오 10시30분에 의원총회를 소집하라』고 지시. 김수석은 읽일 상오7시15분쯤 삼양동 이총재 자택을 방문, 회담시간을 통보하고는 7시4O분 바로 북아현동 이만섭 총재 자택을 방문.

<여야 일치된 노력당부 전망>
청와대 영수회담에 빠지게 된 민정당 측은 『정치적 수습의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와『타협하기 힘든 인식차이를 확인하게될 것』 이라는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이날 회담을 주시.
당직자들은 대통령이 회담에서 개헌논의 재개 의사를 밝히고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과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여야의 일치된 노력을 당부할 것이라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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