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의 당내 민주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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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요일인 지난 21일 6시간여 계속된 민정당 의원총회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해준다.
6·10사태로 생긴 위기상황 탓이라곤 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그동안 감히 상상도할 수 없었던 말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민심이 떠나고 있음을 알자』,『시국수습 임시방편으로 안된다』는 기조 밑에서 권역구조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친 뒤 직선제가 돼도 승복하자, 비상조치를 자제하고 인권, 언론 등에서 전향적 조치를 해야 한다는 등 자성의 소리까지 있었다. 민정당의원 스스로가 말했듯 이 같은 당내 토론은 창당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사실상 4·13조치의 철회를 와미하는 개헌논의의 재개, 정치일정의 재조정, 시국사태의 평화적 해결, 국민의사에 의한 헌법결정, 그리고 강경 일변도의 당 지도부 비판 등에 관한 의원들의 발언을 들으면서 우리는 진작 그런 당내 민주주의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동안 이 같은 의총이 없었다는 것은 민정당을 위해서는 더없이 부끄러운 일이었다. 당내 민주주의가 없다면 민주정당이 아니며 비민주적 정당이 지배하는 정치는 결코 민주정치라고 할 수 없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당내 민주주의는 민주정치의 절대적인 필요 조건이다. 그 이유는 첫째 민주정치는 바로 의회정치요 정당정치이기 때문이다. 의창의 발언이 봉쇄되고 그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으면 정당정치나 의회정치는 뿌리가 없는 셈이다.
다음은 국회의창이 민의를 가장 민감하고 효과적으로 반영시킬 수 있는 중요 채널의 하나라는 점이다.
의원은, 특히 지역구 의원은 항상 유권자들과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참된 민주주의라면 국회의원에게 언제든지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칠수 있도록 개방돼야 한다.
오늘과 같은 중대한 시국에 민정당이 뒤늦게나마 자유롭고 개방적인 의창총회를 가질수 있었던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의총은 열렸다는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것이 생산적 결실을 보자면 적어도 다음 두 가지가 보장돼야 한다.
하나는 의총에서 결집되고 확인된 국민의사를 최대한 국정에 반영하는 일이다.
어떤 의원은 회의를 마치고『어느정도 의견이 반영될지 궁금하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만일 의총이 어떤 위급을 회피키 위한 일시적 호도책이나 미봉책에 그친다면 그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행위일 뿐이다.
다음은 당내 민주주의의 제도화다. 여당 의원총회가 과거처럼 일과성 해프닝으로 끝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번 의총에서는 그동안 당내의 언로가 너무나 막혀 있었다는 불평도 표출됐다.
앞으로는 의총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긴급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소집 될 수 있도록 제도화돼야 한다. 이 같은 제도가 일찌기 마련되어 제대로 활용됐다면 이번과 같은 일련의 사태는 예방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의총은 당이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고 국민적 지지기반을 구축하며 당과 국민간의 관계를 밀착시키는데 없어서는 안될 기구다. 더구나 민주정치 지도자는 의정활동을 통해서 육성된 의회출신의 정치인이라야 한다. 이런 점에서도 의총의 의미는 크다. 여야를 막론하고 의총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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