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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색정국에 숨통 트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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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국이 중대한 고비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는 가운데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전국적인 시위가 계속되고있는 가운데 여권은 연일 당정회의와 의원총회·청와대 보고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시국수습방안을 최종적으로 손질하고 있다.
야당도 여권의 이런 긴박한 동향을 주시하면서 자기들의 요구인 영수회동에 관해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
여야의 이같은 숨가쁜 움직임에서 현재의 난국 수습 방향은 물론 헌법문체를 포함한 장래의 정치판이 결정될것으로 보여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청와대행 후 다시활기>
○…민정당은 꼬일 예정된 시국수습방안 발표를 연기하고 노태우대표의 예정된 기자 간담회도 취소돼 풀이 죽은 분위기였으나 노대표가 청와대를 다녀온후 기자들과 만나▲개헌논의 재개▲6.10관련자 석방▲김대중씨 연금해제등의 건의가 받아들여졌다고 밝히자 활기를 되찾았다.

<김총재못만나 유감>
○…노대표는 기자들에게 전두환대통령과 논의한 시국수습대책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오늘 상의한 내용은 개헌논의 재개를 비롯, 지금 정치적으로 가강 큰 어려움을 겪고있는 대화에 관한 것이었다.
이 점에 대한 국민들의 간절한 열망을 본인도 공감하고 있다. 따라서 대화에 장애가 되는 요소는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해 이 나라의 원로 인사와 야당대표들을 대통렴께서 만나 기탄없는 얘기를 주고 받는게 바람직스럽다고 건의했다.
아울러 통일민주당이 대화의 조건으로 내걸고있는 김대중씨 연금해제 문제와 6.10사태관련 구속자 석방에 대해 최대한의 배려를 베풀도록 건의했고 대통령이 이것을 받아들였다.
국가통치권자로서 이 난국을 수습하기 위해 좀더 광범위하게 원로인사들과 각당 대표들을 만나 진지한 의견을 들어 종합적 수습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본인은 각계각층 인사및 각당 대표들과 만났으나 본인의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오직 김영삼총재와는 기탄없는 얘기를 나누지 못해 매우 유감스럽다.
대통령에게 여러 사람들을 만나되 김총재도 만나 그야말로 아무 조건없이 수습의 실마리를 찾아보는게 어떠냐고 건의했다.
또 그외에 민주발전에 관한 얘기도 광범위하게 나눴는데 거기에는 언기법의 조속한 개선문제도 포함되어있다.
이 모든것을 2, 3일내 야당과 협상한뒤 국민앞에 내놓겠다.』

<야 의견도 모두 수렴>
○…민정당은 22일 상오 시국수습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21일하오및 22일 아침의 당정회의에서 당정간의 이견이 드러났고 또 국민적 합의점을 찾아내 더 이상의 국론분열현상을 피한다는 차원에서 전두환대통령이 김영삼민주당총재등과 만나 폭넓은 의견을 교환한후 발표키로 변경.
노대표는 당초 청와대방문에 앞서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보고내용의 대강을 설명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상오 이춘구사무총장이 참석한 당정회의 결과를 보고받고 간담회를 연기.
이러자 의원들간에는 『당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리와 함께 여러가지 억측이 나돌기 시작했는데, 노대표는 나중에 기자간담회를 미룬 것은 우선 여야대화가 시급해 대화조건을 먼저 해결하려 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
대표위원 주변은 또 『발표를 한 템포 늦춘 것은 결국 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현하기위한 과정이었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해명했는데,『김영삼총재를 만나기 전에 민정당이 일방적으로 수습안을 발표하는것의 모양을 생각한것』 이라고 설명.

<노대표의 의지 결연>
○…노대표는 21일 의원총회에서 논의된 시국수습방안을 정리한데 이어 이날 저녁부터 22일 새벽까지 모처에서 고위 당정회의를 갖고 대통령에게 보고할 당의 시국수습안을 손질.
이날 당정회의에선 그동안 노대표가 각계각층과의 대화에서 수렴된 수습책의 최대치를 놓고 불합리.부적절한 대목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가는 방법으로 진행됐다는 후문.
따라서 그동안 거론돼왔던 안 중에서 상당히 축소된 형태로 안을 압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관계자는 『터질 듯이 부풀었던 일반적인 기대수준을 만족시켜주지 못하게될까 걱정스럽다』고 한마디.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따라서 발표가 하루 이틀 늦어지더라도 기대치에 근접한 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람직스럽다』고 말하고 『노대표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결연한 만큼 비록 난관이 없지 않다 하더라도 결국은 그 무엇을 얻어내게 될것』 이라고 전언.

<대화조건 수용 환영>
○…민주당측은 이날 상·하오 시국수습을 위한 여권의 움직임에 대해 시시각각 촉각을 곤두세우며 지켜보다 자신들의 대화 선행조건 두가지가 모두 받아들여지자 크게 환영하는 모습들.
민주당은 이날 상오 민정당측이 시국수습방안 발표를 연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때 『비상조치가 있는게 아니냐』는등 배경파악에 분주.
확대간부회의에선 『여권의 결정구조가 민정당 의사대로 되게끔 단순치 않다는게 문제』라며 『정부와 민정당간에 이견이 생긴게 아니냐』 는등 설왕설래.
그러나 이날 정오 직전 노대표의 건의가 받아들여져 6.10대회관련 구속자가 석방되고 기대중씨의 가택연금도 해제될뿐 아니라 곧 영수회담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겉으로는 『당연한 조치』 라고 하면서도 『그게 정말이냐』고 반신반의하며 반가와하는 표정.
민주당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제야말로 정국타개를 위한 대타협이 이뤄져야한다』는 반응들.
홍사덕의원은 『민주화를 향한 위대한 도약의 서막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 『민주화의 결실을 위해서는 여야가 앞으로도 계속정치력을 발휘해야 할것』이라고 강조.
많은 의원들은 『이번 조치는 어쨌든 경색정국을 푸는데 도움이 될것』이라고 입을 모으고『그러나 앞으로 남아있을 난관을 잘 극복해 또다시 민주화를 향한 국민의 바람이 좌절되지 않도록 정치인 모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할것』이라고 역설.

<연금해제에 논평없어>
○…22일낮 연금 76일째인 김대중씨는 라디오 정오뉴스와 외부측근들의 전화연락을통해 자신의 연금해제 소식을 들었으나 담담한 표정일뿐 일체 논평은 없었다고 비서가 전언.
동교동 김씨 자택은 이날 낮까지 연금이 해제되지 않고 경찰병력이 계속 배치돼 있는상태.
현재까지 김씨자택엔 부인 이희호여사와 김옥두비서실차장·남궁진비서를 비롯, 여비서· 가정부· 운전기사등 9명이 집을 지키고 있으며 김씨 동생과 며느리·손자외엔 일체 출입이 통제되어 왔다고 비서들이 주장.
김씨는 그동안 독서와 화초 가꾸기로 소일했으며 건강은 좋은 편이라고 측근들이 전언.

<국민승리가 정부승리>
○…김영삼민주당총재는 22일낮 명동성당에서 김수환추기경을 만나 대통령직선제나 선택적국민투표를 해야한다며『지난1년간 개헌논의를 했는데도 조금도 진전이 없었는데 또다시 개헌논의라는 속임수를 써서는 안된다』고 주장.
김추기경도 이에 동의하고 지난 명동성당에서 보인 「학생·교회·정부의 공동승리론」을 들어 『정부가 명예로운 방법으로 민주화했으면 좋겠다』고 피력하고 『국민이 승리하는 것이 정부도 승리하는 길이며 명예롭게 되는 것』이라고 역설.
특히 두사람은 민주화는 비폭력·평화적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합의.
요담도중 김총재 비서진으로부터 노대표의 기자간담회 소식이 쪽지로 전해졌다.
김총재는 이어 외교구락부에서 국민운동본부의 송건호·성래연·이우정씨등과 오찬회동.

<우리도 정치력 보여야>
○…민주당의원들은 민정당의원총회에서 전례없이 야당의견을 전폭 수렴하자는등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나온데 대해 『혁명적』이라면서 한결같이 놀라움을 표시하며 반색.
최형우부총재는『뒤늦게나마 민심의 소재를 깨달았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했고, 허경구국제위원장은 『경색돼 있던 여당내부의 분위기로 볼때 매우 고무적 현상』,박관용의원은 『여야 모두 내부토론 부족이 정치를 이토록 꼬이게 만든 큰 요인이었다면 이번의 활발한 토론은 그 자체로도 큰의미』라는등 높이평가.
그러나 민정당내 분위기의 일대전환이 워낙 예상밖의 일이라 그런지 그에 맞춘 대응책 마련에는 매우 조심스런 모습들.
김동영부총재는 『민정당 지도부가 이러한 의견들을 수렴하여 태도변화를 보이는게 중요하다』고 했고, r김수한의원도 『민정당이 4.13조치를 즉각 철회하는등 즉각적이고 신속한 조치를 해야한다』고 강조.
그러면서도 상당수 의원들은 『우리 쪽에서도 여당의 분위기 전환에 발을 맞춰 정치력을 회복해야 한다』, 『여당이 자책감을 나타낼때 이를 너무 코너로 몰아붙이면 더 큰 반동으로 나타날 우려도 있다』 는등 신축성 있는 대응을 해야한다고 주장.<안희창·이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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