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사상은사대주의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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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조선시대의 역사의식」을 주제로 한 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 박영석) 의 제9회 한국사 학술회의가 19일 국편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자리에서 「조선조 대외관의 특질」 문제를 살펴본 유근호교수 (성신여대)는『조선의 중화사상을 부정적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의 중화사상은 그것을 생성·발전시킨 시대적 상황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면서 『조선조 중기의 중화적 세계관은 자기문화를 비하하고 중국문화를 숭상하는 사조의 산물이 아니라 당시 세계의 보편문화로 이해됐던 중국문화의 수준으로 조선문화가 발전 된데 대한 문화적 자부심에 연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의 전 역사과정을 통해 지식계층의 문화적 자부심이 이같이 고양된 적은 없었다』고 말하고 『소중화사상은 이런 문화적 자부심을 더욱고취, 대외위기를 극복하고자한 역사적 배경에서 나온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삼한정통론과 상고사 체계화」 문제를 다룬 이만열교수 (숙명여대) 는 위만조선대신 마한 (삼한)을 정통으로 주장, 단군↓기자↓마한으로 체계화한 이익의 삼한정통론 배경을 설명하면서 당시 붕당정치와 관련된 시사점을 제기했다.
이교수는『당시 서인·노론정권이 만주족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는 북벌 논을 주도한 것은 실세가 따르지 못하는 일종의 명분 논에 불과한 것으로 우리 민족의 삶의 터전인 한반도에 대한 종합적 인식을 차단하고 그 비판적 안목을 외부에 돌림으로써 정권유지를 위한 안보이데올로기로 쓴 반면 남인계열의 삼한정통론은 만주보다 한반도를 중시, 우리 민족의 구체적 삶에 대한 통찰력을 실학으로 승화시킨 학문적 맥락과 연결 되는게 아닌가』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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