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분수대

최순실 도피자금 찾아오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남정호
남정호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남정호 논설위원

남정호 논설위원

돈에 대한 탐욕은 온갖 악행의 근원이다. 강도·사기·매춘도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겠다는 욕심에서 비롯된다. 돈은 악행의 수단도 된다. 핵무기 개발 등 거악을 위해 돈, 특히 불법 자금이 빈번히 쓰인다. 각국이 불법 자금이라면 가차 없이 몰수하는 배경이다.

 실제로 지난 9월 미국 정부는 중국 훙샹(鴻祥)그룹에 대한 제재에 나섰다. 북한 조선광선은행의 자금 세탁 창구 노릇을 한 탓이다. 처벌 내용은 돈세탁에 사용된 계좌 내에 남아 있던 자금 전체 몰수. 정확한 규모는 불확실하나 한번에 1100만 달러가 오간 적도 있다 하니 북한 자금 세탁 혐의로 2500만 달러가 묶였던 방코델타아시아(BDA) 사건 때보다 규모가 클 것으로 짐작된다.

 이렇듯 불법 세탁된 자금이라면 범죄에 대한 돈줄 차단 차원에서 여지없이 빼앗는 게 세계적 추세다. 국정 농단의 주인공 최순실이 유령회사를 이용해 빼돌린 돈도 독일에서 깡그리 몰수될 위기에 놓였다는 얘기다.

 최씨가 빼돌린 자금은 얼마나 될까. 8000억원은 된다는 보도도 있고 유럽 전체로 보면 수조원은 넘을 거란 괴담도 나돈다.

 지난해 현대차의 순이익은 6조5000억원. 국내외에서 근 500만 대를 팔아 번 액수로 평균 대당 130만원의 이문을 남긴 셈이다. 도피자금이 8000억원이라면 이는 자동차 60만 대 이상을 팔아야 남길 수 있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독일 정부가 몽땅 꿀꺽하는 걸 보고만 있기에는 너무나 큰 액수다.

 다행히 우리가 돌려받을 근거가 없진 않다. 2003년 체결된 ‘유엔부패방지협약’이 그것으로 해외 은닉자금 환수 지침을 명시한 조약이다. 이 협약상 문제의 돈이 불법적으로 번 자금이라는 게 확인되면 환수 요구가 가능하다. 다만 최씨 자금이 현지에서 불법 세탁됐을 공산이 커 독일 정부에도 이 돈을 몰수할 명분이 있다는 게 분쟁 소지가 될 수 있다.

 만약 이 돈을 놓고 양국이 다투면 어떻게 될까. 이럴 경우 나눠 가져야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2008년 스위스에서는 일본 조직폭력단 ‘야마구치(山口)’파가 고리대금업으로 뜯어낸 6100만 스위스프랑(약 713억원)을 돈세탁했다 적발된 적이 있었다. 이때는 몰수된 자금을 스위스·일본이 반반씩 나눠 가졌다.

 향후 문제는 두고 볼 일이나 분명한 건 당국이 손 놓고 있으면 환수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면 지금부터라도 팔을 걷어붙이고 뛰어야 한다.

남정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