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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티크 호텔서 트렌드 읽기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89호 29면

에이스 호텔

# 뉴욕 맨해튼에서 가장 핫하다는 로비의 풍경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호텔 로비와는 전혀 달랐다.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는 편안한 빈티지 소파와 대형 책상이 놓여 있는데 이 공간을 채운 사람들의 대부분은 관광객이다. 노트북을 펼치고 앉아 무료 와이파이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은 역사가 오래된 대학 도서관을 보는 것 같다. 그 양 옆으로는 바에서 칵테일을 즐기는 사람, 유명한 스텀프타운 커피숍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도 보인다. 체크인을 담당하는 프론트 모습도 색달랐다.


# 일본인 건축가 겸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우라 가즈야는 아주 특별한 여행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 세계 유명 호텔 투어다. 그의 여행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름난 호텔에서 하룻밤 즐기는 것으로 끝난다면 ‘럭셔리 여행’ 이상 특별할 게 없겠지만 그에겐 남다른 여행 습관이 있다. 바로 객실 평면도를 스케치하고 기록하는 일이다. “게스트 룸 여기저기를 (줄자로) 재고 평면도로 정리하며 세부를 옮기다 보면 방을 설계한 의도가 생생히 느껴질 뿐 아니라 서비스 자세에서 민족성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로 공부가 된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의 이 유별난 여행의 기록은 『여행의 공간-어느 건축가의 은밀한 기록』(북노마드)이라는 책으로도 출판됐다.


#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 상무이자 하얏트 호텔 극동아시아 지역 재무담당 이사를 맡고 있는 백승우씨는 세 번의 개인전을 낸 아마추어 사진가다. 사진의 주제는 호텔이다. 호텔 안을 찍은 ‘인 더 호텔(In the Hotel)’과 호텔 창문을 통해 바라본 바깥 풍경을 담은 ‘더 윈도(The Window)’. 점심 자투리 시간과 출장 또는 휴가 기간 머물렀던 외국 호텔들에서 평범한 DSLR 카메라로 조명 장비도 없이 촬영한 사진들이다.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인 이정화씨는 유럽의 호텔들을 방문할 때마다 힌트를 얻은 라이프스타일 감각으로 잡지 ‘레몬트리’에 ‘이정화의 Like a Hotel’이라는 인테리어 스타일 팁 기사를 연재하기도 했다.


물론 이들 앞에는 ‘직업상’이라는 수식어가 붙겠지만, 이 유별한 호텔 사랑을 우리가 조금만 벤치마킹하면 여행을 즐기는 색다른 방법 하나를 얻을 수 있다. 바로 그 도시의 부티크 호텔들을 방문하는 일이다. 부티크 호텔은 규모는 작지만 독특한 개성과 콘셉트로 인테리어와 서비스를 운영하는 호텔이다. 클래식부터 최첨단의 문화 트렌드까지 추구하는 바도 다양하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관광지와 백화점 쇼핑에 싫증이 났다면 한번쯤 새로운 문화 트렌드 정보를 위해 찾아갈 만한 장소다.


물론 하룻밤 숙박까지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호텔은 입장료도 필요 없고 문은 언제나 열려 있지 않은가. 호텔의 얼굴인 로비만 꼼꼼히 둘러보더라도 최신 트렌드를 느껴볼 수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겸 산업디자이너인 아르네 야콥센이 덴마크 코펜하겐 로얄 SAS 호텔의 설계를 의뢰받고 내친김에 로비용 의자까지 디자인한 것이 바로 그 유명한 에그체어가 아닌가.


여행지에서 남들과 다른 특별한 추억을 갖고 싶다면 가장 핫하다는 부티크 호텔을 찾아가 감각의 안목을 높여볼 일이다. 관광지 싸구려 기념품숍과는 비교할 수 없을 값진 경험이 될 테니.


글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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