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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S)-위협(T) 상황에서는 주력사업 변신 고민할 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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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호 18면

지난달에는 전략 수립의 핵심 바탕이 되는 정보수집 방법을 살펴봤다. 이번에는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새해 전략을 수립해보자.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인류가 끊임없는 도전에 대한 응전을 통해 발전해왔다고 말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외부의 도전에 대해 내부 역량과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행동 방침을 결정하고 실행하면서 발전한다. 외부 영향과 내부 역량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도구가 바로 케네스 앤드루스 하버드대 교수가 만든 SWOT다. 이전까지는 시장에서의 기회(Opportunities)와 강점(Strengths)을 파악하는 정도였지만, 앤드루스 교수는 위협(Threats) 과 약점(Weaknesses)까지 분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SWOT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현장에서 활용될 정도로 강력한 도구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SWOT 분석이 목표와 전략을 수립하고, 의사 결정을 정확하게 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고 설명한다. SWOT를 분석할 때는 항상 목표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이미지를 그려놓고 시작해야 한다.

[마케팅·재무·인사 전략 등은 마지막에]
전략에는 계층이 있다. 전사 전략 또는 기업 전략은 회사 전체가 나아갈 방향을 결정짓는 상위 전략이다. 여기서는 성장·안정·축소 여부를 결정한다. 그리고 어떤 제품을 어떤 시장에 투입할지를 결정한다. 기업 전략의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은 기업의 생존·성장 혹은 기업 전체의 이윤 등이 된다. 다음은 사업 전략, 즉 경쟁 전략이다. 기업 전략과 연계해 각각의 사업 영역에서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사업 전략의 성과 기준은 시장점유율·이윤 등으로 측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능 전략이다. 각 부서 내의 기능이 상위 전략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마케팅·재무·생산·인사 전략 등이 여기에 속한다. 기능 전략의 성과 기준은 대부분 생산성·비용절감 등이 된다.


기업 전략에 따라 사업 전략이 결정되고, 기능 전략 또한 사업 전략이 잘 수행되도록 전체 전략이 정렬돼야 한다. 각 계층별 전략 수립이 끝나면 가장 마지막에 실행 목표와 핵심성과지표(KPI)를 설정해야 한다. 전략 프로세스는 이처럼 기나긴 여정이다.

[누가 실행할지 결정하는 것도 중요]
SWOT 분석을 하면 어느 정도 방향성을 파악할 수 있다. 각 요소 모두를 엮어 강점-기회(SO), 약점-기회(WO), 강점-위협(ST), 약점-위협(WT)의 네 가지로 조합한다.


SO는 기업이 성장기에 있을 때, 단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공세를 펼쳐야 하는 영역이다. 당연히 내년 사업계획에도 최우선 순위로 올려야 한다. 미국 매사추세츠에 있는 브룩스오토메이션의 사례를 보자. 브룩스는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정밀 자재 관리, 환경조절 장치 분야의 선두업체다. 2000년 초 반도체 산업 성장세가 둔화되자 다각화를 고민하면서 자사의 역량을 면밀히 조사했다. 그 과정을 통해 대기와 기온을 정밀하게 통제하는 동시에 극저온 상태에서의 자재를 옮기는 특화된 강점을 발견했다. 이런 역량이 성장세를 타고 있는 생명과학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 분야로 진출했다. 현재 브룩스는 생명과학 분야 자재 관리에 있어 선두주자로 전체 매출 5억 달러 중 20%가 이 분야에서 발생한다.


WO는 시장에 기회가 있는 것을 알지만 실행하기에는 역량과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경우에는 중기적인 관점에서 실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오리온의 중국진출 성공 사례를 보자. 한?중 수교 후 오리온도 1993년 베이징 사무소를 열었다. 진출 이후 5년 동안 오리온은 중국 시장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면서 자신에게 부족한 역량을 확보했다. 중국으로 파견된 직원들이 정해진 기간 동안 근무하고 본사로 돌아가는 순환근무제가 아니라 완전히 중국사업부의 직원이 되게 했다. 현재 오리온은 중국에서 파이류 1위 브랜드다.


ST는 지금과 같이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많은 기업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환경이 위협적으로 변했음에도 강점이 있으면 대부분의 기업은 환경 변화에 눈을 감고 기존 사업을 유지하려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려움을 겪다가 파산까지 가게 된다. IBM은 100년이 넘도록 지속해 온 하드웨어 메인프레임 사업을 접고 지금은 컨설팅·소프트웨어, 그리고 인공지능(AI)을 주력 분야로 삼고 있다. 올해 메인프레임까지 레노버에 넘기면서 소프트웨어 회사로 완전하게 변신했다. IBM처럼 시간이 걸리더라도 회사를 변혁시키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코닥과 함께 아날로그 필름을 생산했던 후지필름도 자외선 차단과 콜라겐 변성방지 기술 등을 바탕으로 평판 디스플레이, 헬스 케어를 비롯한 의료·화장품 분야로 진출했다. 2007년에는 매출 8468억엔, 영업이익 2073억엔으로 창사 이래 최고의 실적을 올렸으며 2015년에도 매출 2조4926억엔을 달성했다.

마지막으로 WT에서는 위협을 감당할 역량이 부족하므로 우선적으로 리스크를 피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조선업이다. 많은 조선 회사가 해양플랜트 사업에 진출해 쓴 맛을 봤다. 방어가 어려우면 철수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네 가지 조합에서 도출된 핵심 과제들을 정리해 우선 순위를 정한다. 아마도 많은 과제들이 도출될 것이다. 한정된 자원을 고려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우선 순위를 정하는 데는 세 가지 기준을 적용한다. 첫째, 도출된 과제가 얼마나 큰 수익과 성장을 가져올 수 있는가, 둘째, 다른 사업영역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지속 가능한 전략인가, 셋째, 직원들이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가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업 전략과 핵심 과제를 결정한 다음에는 실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 수립한 전략을 어떤 조직에서 누가 실행할지 결정하는 것은 전략 수립 자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그리고 나서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 평가와 통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배보경IGM세계경영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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