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핵 경쟁…트럼프·푸틴 신호탄 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국제사회에 ‘핵 경쟁 망령’이 부활하고 있다. 22일 오전 11시50분(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돌연 트위터에 ‘핵 능력 강화론’을 올렸다. 트럼프는 “미국은 세계가 핵무기에 대한 분별력을 갖게 되는 시점까지는 핵 능력을 대폭 강화하고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경 설명이나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제시도 없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 모스크바에서 국방 문제에 대해 연설하며 “전략 핵무기 부대의 전투력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현존하거나 앞으로 개발될 미사일방어 체계를 돌파할 수 있을 정도로 미사일의 성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한 지 수시간 만에 나왔다. CNN은 트럼프의 발언이 “맞불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푸틴 “전략 핵 강화” 발언에
트럼프 “핵 능력 대폭 강화”
핵 억제 노력 국제사회 파장

트럼프의 핵 능력 강화 천명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09년 4월 체코 프라하에서 선언한 ‘핵무기 없는 세상’ 구상을 뒤집은 것이다. 스웨덴 조사기관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전 세계 핵탄두는 1만5395개다. 러시아가 7290개로 가장 많고 미국이 7000개로, 양국 핵탄두를 합하면 전체의 93%에 이른다.

관련 기사

뉴욕타임스는 “핵 문제란 (트위터의) 140자로 나타낼 수 있는 게 아니다”며 “하지만 만약 이날 글이 미국의 핵 확장의 막을 여는 것이라면 그 파급력은 엄청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수십 년에 걸친 미국과 러시아 간 핵무기 감축 노력을 무위로 돌릴 수 있는 새로운 군비 경쟁의 망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천명한 핵 확장 정책은 국제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당장 러시아·중국 등 이 경쟁적으로 핵 확장에 나설 가능성이 있으며 한국·일본 등에서 핵 무장론이 부상할 공산도 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