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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한잡기 이상시 <변호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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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5일 국사교육심의회는 국사교과서 편찬준거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번에 시행하는 국사교과서 개편사업은 우리나라가 광복된지 약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우리 민족사를 바로잡기 위해 시행하는 거족적이고도 숙원적인 사업인만큼 이 기회에 고질화된 일제 식민지 사관의 잔재를 일소하여야 함은 물론 사대주의 사관이나 배타적인 국수주의 사관도 아울러 배제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편찬준거안에서 『단군신화를 역사사실의 반영으로 파악하고… 고조선의 정치적·문화적 수준의 발전된 단계에 이르렀음을 명기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고조선(단군조선)의 역사사실이 겨우 신화로 반영된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이 신화사회에서 정치적·문화적으로 그 수준이 발전된 단계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명기할 수 있을 것인가? 결국 이 준거안의 내용은 지극히 추상적이고 모호할 뿐만 아니라 전후 모순된 형식논리에 치우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 준거안에서 말하는 고조선의 실체는 식민지 사관의 잔재인 신화적인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앞으로 개편할 교과서에서는 고조선의 서술부분에서 국가의 기원과 형성 및 문화발전, 변천과정과 그 정도에 관한 고고학적인 학설과 연구성과만을 위주로할 것이 아니라 이미 개편시안의 원칙에서도 언명한바와 같이 『학문적인 관점을 넘어서 역사교육적인 관점에서』문헌고증적인 근거가 있고 합리적이며 객관적 타당성이 있는 고사기, 문헌상의 기사내용을 위주로 과감하게 시조 단군의 개국사실과 개국기년(BC2333)은 물론 고조선의 강역, 천도과정, 통치기구와 한민족과의 관계를 비롯해 역대(47대)단군의 치적, 그 세계 및 전세역년과 정치·사회·군사·문화·종교· 예술등 모든 분야에 관한 문헌상의 구체적인 사실을 실사로 서술해야 할 것이고 신화와 고고학적인 학설과 연구결과는 부수적·보충적으로 소개, 설명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자조선에 관하여는 이미 개편시안의 원칙에서도 『주체적인 역사의식에 입각한 민족사에 대한 적극적이며 긍정적인 역사 인식을 반영토록 한다』고 언명하고 있으므로 종래의 기자조선에 대해 가졌던 사대주의적 열등의식에서 탈피하여 새로운『주체적인 역사 의식에 입각하여』 우리나라와 우리 민족 역사의 일부인 기자조선사를 『적극적이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당당하게 우리나라의 역사에 편입해야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의 역사를 올바로 개편해야 할 이 기회에 기자조선의 역사를 은나라의 작호(벼슬이름)인 「기자」라는 호칭을 버리고 「중조선」으로 바꾸어 우리나라의 고대사에 편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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