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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강선·제2영동고속도로 뚫리자 ‘여이주’ 부동산 용틀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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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상업·주거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인 경강선 경기광주역 역세권 도시개발사업 부지. [사진 김민욱 기자]

상업·주거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인 경강선 경기광주역 역세권 도시개발사업 부지. [사진 김민욱 기자]

22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역동 경강선 ‘경기광주역’. 역사 바로 앞 상가마다 부동산 중개업소가 들어와 있다. 지난 9월 24일 경강선 성남 판교~여주 구간 개통 이후 들썩이는 광주지역 집값을 실감케 했다. 경기광주역에서 500m가량 떨어진 2100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는 분양이 모두 완료됐다. 이 아파트 모델하우스 외벽에는 ‘성원에 감사드린다’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H부동산 김모(61) 대표는 “경기광주역에서 경강선을 타면 서울 강남까지 35분 정도 걸린다”며 "서울·분당 등으로 가기 좋아지면서 분양가 기준으로 현재 프리미엄이 4000만~5000만원 가량 붙었다”고 말했다. 경기광주역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인 태전지구에는 아파트 건설이 한창이었다. 공사 차량이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이곳에는 2019년까지 아파트 1만2000 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경기 동부 여주·이천·광주 지역
9월 서울~강릉 잇는 철도 개통으로
광주~강남까지 35분 ‘강남 생활권’
역세권 아파트에 4000만원 프리미엄

여주·이천 역세권 주변 개발도 한창
세종대왕릉 등 관광 활성화도 기대
상인들 “서울에 손님 뺏긴다” 우려도

광주·여주·이천시 등이 있는 경기 동부권에는 지난달 제2영동고속도로(광주~원주)도 개통했다. 서울~원주의 경우 기존 영동고속도로보다 거리는 15㎞ 줄고 시간도 23분 정도 단축됐다.

경강선과 제2영동고속도로 개통으로 경기 동부권이 크게 바뀌고 있다. 수원과 화성·안양 등 경기 남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던 곳이다. 경강선이 지나는 광주시와 이천시, 여주시 모두 대규모 역세권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광주는 경기광주역(49만5545㎡) 일대, 곤지암역(17만1894㎡) 일대, 이천은 이천역(36만4152㎡), 부발역(110만8103㎡), 신둔역(58만4603㎡) 일대를 개발한다. 여주는 세종대왕릉역(23만4576㎡), 여주역(47만9322㎡) 일대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들 3개 지자체 모두 체계적인 역세권 개발을 통해 도시를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주민 생활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교통환경이 크게 개선되면서 서울 강남, 경기 분당·판교를 오가는 게 편리해졌기 때문이다. 이천시에 사는 김재희(34)씨는 지인들과 올해 송년 모임을 분당에서 자주 갖는다고 했다. 예전에는 이천시 창천동에서 주로 만났지만 이제는 이천역에서 경강선을 타면 분당까지 30분 정도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예전엔 차가 안막혀도 한 시간 정도 걸려 분당에 가기 힘들었다”며 “지금은 분당·판교까지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어 아내도 산후조리원 동기모임을 판교의 대형 백화점에서 한다”고 말했다. 이천 부발역 앞에서 만난 김미옥(34·여)씨는 “최근 친구들과 맛집이 몰려있는 분당·판교 등지의 상가를 자주 간다”고 말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경강선의 하루 평균 이용객 수는 4만5177(11월 기준)으로 개통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경기 동부 주민들이 분당·판교 상권을 찾으면서 일부 지역 상권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역세권 개발과 관광객 증가로 지역경제가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은 높다.

광주·이천·여주시는 경강선과 연계한 다양한 관광 상품을 준비 중이다. 광주는 도자기, 이천은 쌀밥, 여주는 세종대왕릉·신륵사 등과 연계하는 식이다. 지역별 관광 자원과 콘텐트를 발굴해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곤지암 리조트는 스키 시즌을 맞아 ‘전철로 이용 가능한 스키장’이란 점을 앞세워 홍보하고 있다.

이상년 이천시 문화관광과장은 “숙원 사업이던 전철이 개통된 만큼 산수유꽃축제(4월) 등 다양한 행사로 수도권 시민을 끌어모을 계획”이라며 “지역경제 성장과 연결되는 관광콘텐트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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