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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림 받던 두 손 볼러…폼 재는 세상, 한 방 먹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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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프로볼러 제이슨 벨몬트는 두 손으로 스윙을 한다. 감싸안 듯 두 손으로 볼링공을 던지면 회전이 많아져서 스트라이크를 칠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사진은 스윙 폼을 연속 동작으로 합성한 모습. [사진 벨몬트 홈페이지]

프로볼러 제이슨 벨몬트는 두 손으로 스윙을 한다. 감싸안 듯 두 손으로 볼링공을 던지면 회전이 많아져서 스트라이크를 칠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사진은 스윙 폼을 연속 동작으로 합성한 모습. [사진 벨몬트 홈페이지]

국내 프로볼링 메이저대회인 한국볼링선수권대회가 열린 22일 안양 호계체육관 볼링장. 독특한 스윙 폼의 한 외국선수를 향한 관중의 웅성거림은 이내 탄성으로 바뀌었다. 폼 나는 한 손 스윙 대신 바구니를 옆에 끼고 돌리 듯 두 손으로 공을 잡고 스윙을 했지만 연신 스트라이크를 쳤다. 주인공은 미국프로볼링협회(PBA) 랭킹 1위 제이슨 벨몬트(33·호주). ‘두 손 볼러’로 불리는 그는 세계 볼링계의 정상급 선수다.

한국에 온 ‘이단아’ 벨몬트
부모님 볼링장 운영 2세 때 입문
공 무거워 두 손으로 치기 시작
“바보 같은 폼 소리도 들었지만
남이 안하는 분야 도전해 행복”
편견 깨고 미국 프로 랭킹 1위
한국선수권은 아쉽게 4위 그쳐

벨몬트가 국내 대회에 출전한 건 2010년 삼호코리아컵 우승 이후 6년 만이다. 그는 이날 4위에 그쳤다. 4강이 겨루는 TV파이널에서 208점(300점 만점)으로 부진한 탓에 맨 먼저 탈락했다. 벨몬트는 “경기운영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공을 잡고 던지는 도중 발의 움직임이 빨랐다. 내 잘못으로 우승을 놓쳤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이어진 혼성 이벤트 경기에서는 제 기량을 유감없이 펼쳤다. 미국 여자프로볼러 다니엘 매큐언(25)과 짝을 이룬 벨몬트는 한국프로볼링협회(KPBA) 소속 박경신-김효미 조와 대결했는데, 자신이 맡은 5개 프레임에서 모두 스트라이크를 기록했다.

두 손으로 볼링을 치는 가수 손호영(오른쪽)은 “벨몬트는 나의 롤모델”이라고 말했다. [안양=김지한 기자]

두 손으로 볼링을 치는 가수 손호영(오른쪽)은 “벨몬트는 나의 롤모델”이라고 말했다. [안양=김지한 기자]

대회 우승은 놓쳤지만 PBA 랭킹 1위 선수답게 인기는 최고였다. 팬들의 사인 요청이 이어졌고 그 가운데엔 볼링 매니어인 그룹 G.O.D의 손호영도 끼여있었다.

한 손 스윙이 일반적인 볼링에서 두 손 스윙을 하는 벨몬트는 ‘이단아’다. 그렇다고 두 손 볼러가 극소수인 것은 아니다. 전 세계 볼러의 7% 가량이 두 손 볼러다. 그는 그 7% 중에선 물론이고, 모든 볼러 중에서도 가장 성공한 선수로 꼽힌다.

그는 어쩌다 두 손으로 볼링공을 던지게 됐을까. 벨몬트는 부모가 볼링장을 운영했던 덕분에 18개월 때 처음 볼링공을 잡았다. 그가 처음 잡은 볼링공은 10파운드(약 4.5㎏)짜리였다. 어린 벨몬트는 무거운 공을 두 손으로 들어야 했고, 자연스레 두 손으로 스윙을 하게 됐다. 그는 “어릴 때 습관이 그대로 굳은 건데 그 덕분에 독특한 볼러가 됐다. 나한테 잘 맞는 스타일이라서 한 번도 한손으로 던지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4세 때 최고 179점을 기록했던 벨몬트는 호주 청소년대표를 거쳤고, 2008년 세계선수권대회 격인 월드 마스터스 대회에서 우승하며 세계 볼링계에 이름을 떨쳤다.

그렇다면 두 손 스윙에 장점이 있을까. 벨몬트는 “두 손을 쓰면 공에 회전을 더 줄 수 있다. 그만큼 더 강하게 핀을 맞힐 수 있기 때문에 스트라이크를 기록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의 두 손 스윙은 한 손 스윙보다 20%가량 더 회전을 걸 수 있다고 한다. 벨몬트는 “성인 중에도 두 손으로 스윙하는 볼러들이 전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볼링장에서 ‘두 손 볼러’를 보면 내심 뿌듯하다”고 말했다.

2008년 PBA에 입문한 뒤 벨몬트는 PBA 투어에서 통산 12차례 우승했다. 퍼펙트(300점) 게임도 17차례나 했다. PBA 역사상 처음으로 ‘올해의 선수상’을 3년 연속(2013~15) 수상했다. 독특한 스윙 폼 덕분에 호주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그의 이름과 공을 두 손으로 던지는 폼을 이미지화 한 장비 브랜드까지 있다. 그는 “메이저 대회에서 더 우승하고픈 욕심이 있다. 세계 최고 무대에서 더 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벨몬트는 도전을 즐기는 볼러로도 유명하다. 2013년 볼링선수로는 처음으로 구글글래스를 쓰고 훈련을 했다. 구글글래스를 쓰고 투구폼을 촬영한 뒤 이를 분석해 기량을 다듬었다. 그리고 실제 대회에서 300점 퍼펙트도 작성했다. 지난 9월에는 프랑스 출신 예술당구 챔피언 플로리안 퀼러와 손잡고 당구와 볼링을 결합한 묘기 퍼포먼스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그는 “새로운 도전을 좋아한다. 남들이 해보지 않은 분야에 도전하는 건 늘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편견 어린 주위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았던 벨몬트는 “사실 내 스윙 폼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떨 때는 ‘바보’ 소리도 들었다. 그래도 난 내 스타일을 지켰다. 그래서 ‘두 손 볼러’로서 자부심도 강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그의 목표는 볼링을 더욱 대중화 하는 일이다.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의 볼링을 사랑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세계 톱3 수준인 한국에도 더욱 자주 오겠다”고 말했다.

제이슨 벨몬트는 …

생년월일(국적): 1983년 7월 29일 (호주)

프로 전향(전형): 2008년 (투핸드 볼러)

주요 경력
● 2009년~현재 PBA투어 우승 12회
● PBA 올해의 선수 3회(2013·14·15)
● ESPN 선정 볼링 부문 올해의 선수(2015)
● 2007년 월드 마스터스 우승
● 2010년 삼호코리아컵 우승

안양=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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