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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자원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저성장 벗어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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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올해 경제성장률은 3%를 넘지 못할 전망이다. 2015년에 이어 2년 연속 2%대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성장률이 더욱 하락해 2.4%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다가 일본처럼 저성장이 굳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온다.

노동·자본 한계, 기술 격차도 없어
재능있는 사람들 창업에 뛰어들고
기업 유능한 인력 적소에 배치해야
‘총요소생산성’ 증가해 성장 가능

경제성장률이 왜 이렇게 낮아졌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선 경제성장률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알아야 한다. 경제학 이론에 의하면 경제성장률은 생산요소인 노동과 자본, 그리고 좀 어려운 용어이지만, ‘총요소생산성’이 빠르게 증가할수록 높아진다.

과거 한국은 노동과 자본이 양적으로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높아졌다. 전쟁 이후 급격히 높아진 출산율은 엄청난 속도로 노동력의 증가를 가져왔다. 공장과 도로도 하루가 무섭게 건설되었고 이는 곧 빠른 자본의 증가를 의미했다.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노동과 자본의 빠른 증가를 기대할 수 없다.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노동증가율은 곧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다. 도로도 더 이상 필요한 곳이 없을 지경이고, 조선업을 비롯하여 생산능력도 과잉인 산업이 많아 사회간접자본 및 시설투자 확대를 통한 자본의 빠른 증가를 기대할 수도 없다.

이제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선 총요소생산성의 증가밖에 기댈 곳이 없다. 노동이나 자본과 달리 실체가 불명확한 이 총요소생산성이란 무엇일까? 경제학자들은 총요소생산성이 기술의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해 왔다. 즉 기술발전이 곧 총요소생산성의 증가로 이어져 경제성장을 가져온다고 본 것이다. 또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소득격차도 자본량이나 노동량의 격차보다는 기술격차에 의해 대부분 설명된다고 보았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의하면 국가간 기술격차는 그리 크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실 기술은 쉽게 익힐 수 있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지식은 선후진국 간 크게 차이가 없으며, 책이나 심지어 유튜브에서도 좋은 기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우리보다 생활 수준이 한참 뒤떨어진 북한에서도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이 있는 세상이다.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면 도대체 총요소생산성은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가? 최근에 경제학자들은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총요소생산성의 결정요인으로 주목하고 있다. 생산은 사람이 기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결국 유능한 사람에게 쉽게 창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성장성이 높은 기업에 자금이 지원되며, 기업 내에서도 보다 유능한 사람이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질 때 자원은 효율적으로 배분된다. 이러한 조건이 만족되면 총요소생산성이 높아지고 노동이나 자본의 양적 증가 없이도 경제성장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현 정부는 창조경제란 이름으로 총요소생산성의 향상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누구도 창조경제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창조경제가 발현되었다는 근거도 찾아볼 수 없다. 지금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재단 몇 개로 창조경제를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면 너무나 무지한 일이다.

우리 주위에는 효율적인 자원배분에 역행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창업하길 주저하고,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 아니라 죽어가는 기업에 계속 자원이 배분된다. 조선업과 같이 미래가 불투명한 산업에 묶여 있는 자원은 성장성이 높은 산업으로 재배분돼야 한다. 기업 내에서도 인력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않는다.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최고경영자(CEO)가 능력이 아니라 2대 3대로 이어지는 핏줄에 의해 결정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비효율적인 자원배분이 만연하기에 젊은 세대들도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을 찾기 어렵다. 따라서 우수한 재능을 가진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적성과는 상관없이 경제성장 동력과 거리가 먼 의과대학, 로스쿨, 공무원 시험에 몰리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비효율적인 자원배분을 초래하는 제도적 결함을 찾고 이를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저성장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정경유착이 경제에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했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공명정대한 제도를 확립하여 경제가 스스로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창조경제의 핵심이어야 했다. 지금 정치적 상황이 위중하지만 경제팀만큼은 이제라도 제 갈 길을 찾아가길 바란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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