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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윤리와 산업스파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기업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각종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산업 스파이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인력 스카웃이 성행하면서 특정 회사의 핵심요원은 물론 그 회사가 개발한 특수 기술까지도 빼내는 사례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산업스파이 사건은 80년대 들어 부쩍 늘었으며 최근 3년간만 해도 18건이 적발돼 26명이 구속되었으나 적발되지 않은 사건은 이보다 몇갑절이나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산업스파이는 그 범죄의 속성으로 보아 특정 회사가 공개하기를 꺼리는 중요 기밀이나 노하우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며 세상에 노출된것 보다 실지로는 훨씬 많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수 있다.
기업간의 경쟁과 산업화와 기술의 고도화가 우리보다 훨씬 앞질러 이행된 미국도 피해를 본 기업들이 피해사실을 선뜻 밝히려 들지않아 스파이행위가 갈수록 번창하고 있다. 이들 선진국에서도 의약품제조 방식에서부터 향수배합기술, 광물 탐사자료는 물론 최신 컴퓨터 기술과 영업계획, 고객장부, 슈퍼 마키트에서 가격을 매기는 방법등 이익이 따르는 곳에는 산업스파이가 있다고할 정도다.
최근 미국 뉴욕증권가에 최대의 충격을 던져준 「이반·보에스키」사건도 산업스파이의 전형이며 대표이사의 사생활이나 건강상태등 시시콜콜한 정보까지 입수해 현금과 교환하고 있다.
정부가 부당스카웃 방지대책을 마련하게 될 만큼 최근들어 고급인력부족현상이 심각하고 기업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서는 무슨 수단과 방법이든 마다하지 않는 기업풍토로 보아 우리도 스파이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이번 서울지검이 수사한 모제약회사의 경우 8년이란 긴기간을 통해 연구개발한 제약기술을 빼돌려 성능이 같은 제품을 만들어 냈다. 그동안 투입된 연구개발비만도 10억원이었다고 하니 보통 얄미운 범죄가 아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해외연수를 시키고 숱한 실험과 연구끝에 개발한 연구업적과 양성한 요원을 속된 말로 손안대고 코푸는 식으로 몽땅 앗아가는 행위는 기업윤리에도 어긋난다.
병적인 기업풍토가 이런 식으로 만연된다면 기업간의 건전한 경쟁과 발전이 이루어지기도 힘들거니와 기업내부에서도 사원을 범죄인시해 감시하고 의심하는 풍토가 생길 우려마저 없지 않다.
따라서 스파이 범죄로부터 기업을 보호하는 노력과 함께 법적, 제도적 안정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당국은 기업경영의 노하우나 기밀유출 행위에 대해 기껏 절도죄를 적용하고 있어 마땅한 법적 뒷받침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컴퓨터범죄와 복사기에 의한 문서복사 행위등을 규제할 적절한 처벌규정의 신설 필요성이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또 기업비밀 침해죄도 형법에 신설해야 한다는 요청도 있어 왔다.
법무부가 형사법 개정을 추진중이거니와 이처럼 시대변천과 조류에 맞추어 신종범죄를 예방하고 다스리는 법의 보완을 서둘러야할 것이다. 또 이러한 범죄에 대응하는 수사요원 양성과 장비등 수사기술향상도 기해야 한다. 이와함께 기업에 몸담고 있는 직장인들의 직업윤리는 물론 기업 상호간의 신뢰와 페어플레이 정신을 근간으로하는 기업윤리의 확립도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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