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물 선택권 보장 vs 주민갈등 유발…수로 만든 수돗물 공급 방식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부산시는 기장 해수담수화시설의 수돗물을 원하는 주민에게만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동안 이 수돗물 공급에 반대해온 주민대책협의회는 “주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해수담수화 시설은 고리원자력발전소 인근에 건설돼 방사성 물질 포함 논란으로 가동을 못하고 있다.

부산 기장군에 2014년 말 완공된 해수담수화시설. 바닷물의 염분을 제거해 식수를 생산한다. [중앙포토]

부산 기장군에 2014년 말 완공된 해수담수화시설. 바닷물의 염분을 제거해 식수를 생산한다. [중앙포토]

서병수 부산시장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장군 기장읍 대변리 봉대산 자락에 2014년 말 완공된 해수담수화 시설에서 생산되는 수돗물을 2018년부터 원하는 주민에게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존의 화명정수장에서 공급되는 수돗물과 해수담수화 수돗물 가운데 주민이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부산시 “원하는 주민에게만 공급”
3년간 수도요금 50% 할인 혜택도
일부선 “방사성 물질 포함 우려” 반대
주민협의회 “전체 찬반투표 해야”

공급 대상은 장안읍·기장읍·일광면 3개 읍·면의 9개 산업단지와 개별공장, 목욕탕, 상가, 아파트 단지, 마을 등이다. 이를 위해 시는 해수담수화시설에서 이들 지역까지 93억원을 들여 송수관로 9.7㎞를 내년 말까지 설치하기로 했다.

또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공급받는 주민에게는 수도요금을 3년간 50%씩 감면해주기로 했다. 부산시는 2018년부터 하루 1만3000t의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공급하고 2020년부터 4만5000t으로 늘릴 계획이다. 하루 1만3000t 공급 때 3년간 감면 수도요금은 42억원으로 추산됐다.

서 시장은 “지난 9~10월 고리원전 주변 바닷물을 전남 완도, 부산 태종대 등 총 26개 지점의 바닷물과 비교분석한 254회의 수질검사결과 모두 안전한 것으로 평가됐다”며 “주민 간 갈등해소와 물 선택권 보장을 위해 선택적 공급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장 해수담수 반대대책협의회’는 반발했다. 협의회 김용호(42) 공동대표는 “수돗물 선택을 놓고 기장 주민 간 싸움, 즉 민민갈등을 일으킬 수 있고, 수도요금을 50% 깎아주는 건 부산시민 세금으로 생색내는 것”이라며 “반대주민을 무너뜨리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또 “수도관을 깔아주겠으니 아파트 단지나 마을에서 주민끼리 싸워 해수담수화 물 선택 여부를 결정하라는 것은 책임을 주민에게 떠넘기는 처사”라고 말했다. 주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가정에 공급하지 못하면 거액을 들여 완공한 해수담수화 시설의 수돗물은 공업용수 등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주민 대책협의회는 그동안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공업용수로 전환하거나 담수화 시설을 가뭄이 심한 지역으로 이전할 것 등을 요구해왔다. 앞서 지난 3월 기장군 유권자의 30% 가량인 주민 1만8000여 명이 참여한 찬반투표에서 89.9%가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에 반대했다. 대책협의회는 이에 따라 전체 기장주민을 대상으로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여부를 다시 묻는 찬반투표를 하라고 요구했다.

문제의 해수담수화시설은 국비 823억원과 시비 425억원, 두산중공업의 민자 706억원 등 총 1954억원이 투입돼 2014년 말 완공됐다. 기장 대변항에서 바다 쪽으로 400m 떨어지고 고리원전에서 12㎞ 떨어진 수심 10m에서 바닷물을 채취해 하루 3만6000t의 수돗물을 생산할 수 있다. 부산시는 이 수돗물을 기장주민 5만여 가구에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반대대책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주민이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 등이 포함될 수 있다며 수돗물 공급을 반대해왔다.

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