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기온과의 차 8도 이내면 가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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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생활여건이 좋아지면서 날씨가 조금만 더워지면 에어컨이나 룸쿨러를 가동하는 빌딩이나 주택이 늘고 있다. 당장은 시원해서 좋지만 이로 인해 심한 실내외 온도차이에 노출되어야 하는 우리몸은 생리적변화를 강요당하게 되고 그 결과 신체부적응 증후군이 나타나게 된다. 소위 말하는 「냉방병」이란 것이다. 전남대의대 예방의학과 김병우교수팀이 지난해 여름 남녀직장인 5백1명을 대상으로한 「냉방환경근무자의 냉방병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냉방환경에서 근무하는 동안 남자는 평균 5가지, 여자는 평균 7가지의 냉방병 증상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증상은 피로로 79%였으며 다음으로 감기(57%), 소화불량(54%), 신경통(50%),미완통(48%), 요배통(46%), 상복부통(45%), 두통(43%), 코막힘(38%), 기침(34%) 순이었다.
15가지 증상별로 여성쪽은 모두 남성보다 많은 증세를 호소했으며 여성근무자 6명가운데 1명은 생리불순을 호소하고 있어 지나친 냉방환경은 여성에게는 더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교수는 이같은 증상은 몸은 이미 하절기 기온에 어느정도 적응한 상태인데 반해 냉방기 가동과 함께 저온환경에 오랫동안 다시 노출됨으로써 일어나는 일종의 「적응의 실패」라고 규정짓고 이같이 피로감·권태감·위장장애를 비롯해 근육이 쑤시고 목이 뻣뻣해지는 등의 증상은 인체의 체온조절과 발한 메커니즘의 혼란에 의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말초혈관이 갑자기 수축됨으로써 근육이 수축돼 여러가지 형태의 통증이 나타나며 피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
특히 여성은 생리적으로 열을 잘 뺏기는 체질인데다 옷이 얇고 가벼워 보온성이 약하기 때문에 허리·다리·허벅지등 냉감부위에 이상이 잘 오게 된다는 것이다.
김교수의 조사에 의하면 평소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일수록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두통이나 사지둔통,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비율이 높았고 평소 땀을 적게 흘리는 사람일수록 냉방환경으로 인한 식욕부진 호소율이 높았다.
이같은 냉방증상은 실내외 기온차가 클수록 더 많은 것으로 일본노동과학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외기온도 섭씨 30∼33도에서 실내온도를 21도로 유지한 경우 여자의 50%, 남자의20%에서 피로·권태감·두통을 호소하였으나 같은 조건에서 사무실 온도를 27도로 유지한 경우에는 남녀 모두 각 10% 정도만이 이같은 증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결국 냉방증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실내온도를 무조건 낮출 것이 아니라 외기온도에 따라 조절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일반적으로 인체생리를 위해 추천되고 있는 적온은 실내온도가 외기보다 5∼8도 이상 낮아지지 않는 범위로 되어 있다.
예로써 외기온도 23도 이하에서는 냉방을 하지말고 24∼25도에서는 1도 정도, 28∼59도라면 3도, 31∼32도에서는 5도, 33∼34도에서는 6도정도 낮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인데 실내온도 조절과 함께 박테리아등 잡균이 서식하기 좋은 장소인 각종 냉방기기의 손질도 필요한 일의 하나다.
냉방실내에서 장시간 근무할 경우 때때로 몸을 움직여 근육의 응축을 막고 혈류를 좋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여성이 짧고 얇은 옷을 입고 냉방환경에 있는 것은 선선한 가을에 하복을 입고 외출하는 격이므로 냉감부위의 보온에 신경을 써야한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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