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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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밤12시가 넘도록 실태조사를 나왔다고 들락거려 잠을 설쳤어요』
『경찰에서 나왔다는 사람들이 찾아와 마치 죄인 다루듯 하구요.』
「비소식수」보도후 뒤늦게 군청·경찰서·보건소 직원들과 급수차가 몰려와 법석을 떤 2일 하오 소래읍 예림빌라마을.
삼삼오오 모인 주민들이 기자에게 또 다른 하소연을 하고 있다.
『금붕어가 죽은게 물 때문이 아니라 「금붕어가 팔불출인탓」이라더군요』
『기자에게 알린 사람이 누구냐고 다그치기도 하고…』 피해진술을 하면서 오히려 형사들로부터 항의시위 주동자를 대라는 신문(?)까지 받기도 했다는 주민들은 『이젠 말하기가 두렵다』며 하나 둘 자리를 뜬다.
같은 시간 주택단지 앞에는 군포에서 수도물을 가득싣고 황급히 달려온 급수차가 주민들에게 물을 나눠준다.
『신문에 나니까 없다던 수도물이 오네요. 신문에 나기전에 대책을 세워주었으면 이 소동이 없었을 텐데…』
『신문에 안났으면 지금도 들은체 만체 「물이 없다」고 했었겠죠.』
『그저 울어야 젖을 준다니까요. 좋은 말로 해서는 소용이 없어요. 웃 사람이 알게 동네방네 소문을 내야 야단맞을까봐 달려오는 버릇이 언제나 고쳐지려는지…』
건축업자로부터 「지하2백 m에서 나오는 약수」라는 선전에 속아 물을 마셔온 주민들은 『마음 놓고 마실수 있는「합격 지하수」를 팔때까지 매일 50t이상의 수도물을 풍부하게 공급해 주겠다』는 군청측의 약속을 듣고 반가움과 착잡한 감정이 뒤엉킨 표정으로 서로 얼굴을 돌아봤다. <김석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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