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연구 어디까지 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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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올해로 30돌을 맞은 전국역사학대회가 29∼30일 경희대에서 열렸다. 우리 역사학도들의 중요 연중행사로 굳혀진 이 대회를 맞는 학계의 감회는 남다르다.
전국역사학대회가 처음 개최된 것은 1958년5월24일. 이에 앞서 이 대회를 태동시키려는 역사학회의 제안에 진단학회가 찬동, 준비위원회가 구성되고 위원장에 고 김상기박사가 선임된 것이 57년8월.
그후 2회 대회는 두학회외에 역사교육연구회·한국사학회·한국서양사학회등 5개학회 공동주최로 열렸으며 이어 동양사학회·한국사연구회·한국경제사학회·한국미술사학회·한국과학사학회·한국고고학연구회등이 참가함으로써 국내 주요 역사학관계학회가 망라돼 대회는 더욱 활기를 띠게 됐다. 올해의 주관학회는 동양사학회.
30회를 맞은 전국역사학대회가 그동안 채택한 공동주제는 해방후 우리 학계가 기울여온 학문적 관심의 분야와 농도를 가늠케 한다. 역사서술방법론이나 한일관계, 민족주의와 근대화문제, 역사교육문제에 큰 관심을 보인 반면 역사학의 과학성 문제, 민족통일문제, 해방이후사와 민족 문제등엔 소홀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올해 대회의 공동주제인 「한국역사학의 방향」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 주제는 지난30년간의 대회 족적을 재점검하고 한국역사학의 앞으로의 연구방향을 모색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의욕에 비해 과연 얼마만큼 내실을 거뒀는지 자성해보는 자리가 되고있다.
이번 대회발표에서 길현모교수(한림대)는 『아직도 우리에게 역사는 가치의 궁극적인 구현』이라고 말하고 『역사학이 사회과학의 성과를 받아들이기에 힘써야겠지만 결코 사회과학의 한 분과가 될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기동교수(동국대)는 『우리 고대사연구는 이른바 「재야사가」와 「민중사관」의 좌우협공으로 존립기반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면서 『종합적·심층적인 한국「고대학」의 정립과 역사지식의 대중화를 모색할때』라고 주장했다.
대회장의 한 교수는 『전국적인 만남의 장소라는 축제적 의미와 공동관심사에 대한 자극원이라는 학술적 의미가 살아 있는한 대회는 존립의미를 갖지만 참여도문제, 공동주제및 발표논문 선정문제등엔 장기적인 기획과 운영개선및 지원책이 따라야할때』라고 말했다. <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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