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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당신이 대통령 탄핵을 방해하고 있잖아!" "누구더러 당신이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소추위원단-대리인단 첫 연석회의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야당 간사는 이날  박 대통령의 답변서와 권성동 소추위원장의 준비서면, 이에 대한 대통령의 반박 준비서면 등이 수차례, 수십차례 반복될 텐데 이런 서면의 공유와 공개원칙을 천명해 달라 고 요청했다. 오종택 기자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소추위원단-대리인단 첫 연석회의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야당 간사는 이날 "박 대통령의 답변서와 권성동 소추위원장의 준비서면, 이에 대한 대통령의 반박 준비서면 등이 수차례, 수십차례 반복될 텐데 이런 서면의 공유와 공개원칙을 천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오종택 기자

“당신이라니! 어디다 대고 당신이야!

18일 오전 11시 35분, 대통령 탄핵 소추위원·대리인단 첫 연석회의가 열린 국회 의원회관 2층 간담회실. 비공개 회의라 굳게 닫힌 문 안에서 우당탕탕 책상을 내려치는 소리와 함께 고성이 밖으로 흘러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자 탄핵소추위원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 “내가 탄핵 소추위원인데! 자꾸 왜이러는 거야”라며 큰 소리를 내자 다른 여러명의 위원들이 맞고함을 지르며 책상을 내리치는 소리가 회의장 바깥에 대기하던 기자들에게까지 들린 것이다. 

3분여간 요란한 고성이 오갔던 회의장은 잠시 차분해진 듯하더니 15분쯤 뒤 다시 큰 소리가 터져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소추위원 간사인 박범계 의원이 “당신이 대통령 탄핵을 방해하고 있잖아!”라고 하자, 권성동 의원이 “누구더러 당신이래, 박범계!!!! 그만큼 위원장이 주의를 줬으면 따라야지, 사사건건 말이야…. 뭐 이런 친구가 다있어”라며 신경질을 냈다. 소란이 계속되자 대리인단 총괄팀장을 맡고 있는 황정근 변호사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회의장 밖으로 나오기도 했다.

이날 고성의 원인은 박근혜 대통령측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 공개 여부를 놓고 발생한 여야간 이견 때문이었다. 야당 소추위원단은 박 대통령이 제출한 답변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범계 의원은 “앞으로 박 대통령측 답변서, 권성동 소추위원의 준비서면, 또 이에 대한 양측의 반박서면 자료가 수십차례 오가게 될텐데 이에 대한 공유와 공개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간사인 김관영 의원도 “답변서와 준비서면 등 일련의 절차에 대해 가능한 공개하는 게 맞다”며 “헌재가 관행 등에 따라 비공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지만 국민의 알 권리를 고려하면 공개가 옳은 방향”이라고 가세했다.

15~20명이 선임될 법률대리인 구성을 놓고도 신경전이 계속됐다. 권성동 위원장은 총괄 팀장에 황정근 변호사를, 김현수·문상식·신미용·이명웅·최규진 변호사를 팀장으로 각각 선임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윤관석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권 위원장 자신이 대리인 선정의 전권을 쥐는 양 야당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탄핵소추 대리인을 선정·발표했다”고 반발했다.결국 격론 끝에 권 위원장은 이날 대통령 답변서를 공개하고, 민주당의 요구에 따라 변호인단도 민주당이 추천한 5명 중 2~3명을 추가 선임하겠다고 물러섰다.

회의 종료 후 고성이 나오게 된 원인을 묻는 질문에 박범계 의원은 “옥동자를 생산하기 위한 고통이었다”라고 해명했지만, 권 위원장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헌법재판소 탄핵 심리가 시작되면 권 위원장은 검사 역할을 맡아 나머지 소추위원단과 대리인단과 함께 박 대통령을 상대로 재판에 임하게 된다. 여야가 모였다 하더라도 재판에선 팀웍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국회 안팎에선 여야 소추위원들이 앞으로 손발을 제대로 맞춰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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