檄濁揚淸 -격탁양청-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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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호 29면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국내에서 인기를 누리는 비결은 무얼까.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겠다’는 ‘중국꿈(中國夢)’을 외치면서 착실하게 강한 중국을 만들어나가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에 즈음한 2021년까지는 중국에서 빈곤 인구를 없애겠다며 부빈(扶貧)공정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어서일까.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시진핑을 근래 보기 드문 중국의 인기 있는 정치인으로 올려 놓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의 강력한 반(反)부패 정책에 있다.


시진핑의 부패척결은 ‘격탁양청(激濁揚淸)’이란 성어로 표현된다. 당서(唐書) 왕규전(王珪傳)에 나오는 이 말은 탁류(濁流)를 몰아내고 청파(淸波)를 끌어들인다는 뜻을 갖고 있다. 즉 격렬하게 부딪치며 흘러내리는 탁한 물을 시원하게 흘려버리고 맑고 깨끗한 물을 상큼하게 끌어들인다는 의미다. 악(惡)을 제거하고 선(善)을 가져온다는 이야기다. 시진핑은 반부패 정책을 집권 초기의 기강 잡기 정도로 추진하는 게 아니다. 중국 공산당 총서기에 오른 이후 만 4년이 지나도록 중단 없이 전개하고 있다. 오히려 날이 가면 갈수록 그 도를 더해가고 있는 듯하다. 그 시퍼런 서슬에 낙마한 관리 수가 중국 건국 이래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시진핑의 부패와의 전쟁에 대해 중국에선 지난해 『격탁양청』을 제목으로 한 책이 출판되기도 했다. 이 책엔 중국 고전을 토대로 ‘청렴’을 권장하고 ‘부패’를 경계하는 시진핑의 말 105가지가 빼곡하게 실려있다. 시진핑은 첫 마디로 ‘부패는 싹부터 잘라내야 한다’는 방미두점(防微杜漸)을 외친다. ‘난세를 다스림에는 엄한 법률로 해야 한다’는 치란중전(治亂重典)은 죄가 무거우면 벌도 무겁다는 단호함을 보여준다. 대통령 탄핵이란 초유의 사태를 맞은 우리 현실에 비춰볼 때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두 나라 지도자가 비슷한 시기에 출발했는데 종착역은 너무나 다를 듯해서다. “정책이 실패했는지는 초야에 묻힌 사람이 더 잘 안다(知政失者在草野)”는 경구는 200만이 넘은 촛불을 상기시킨다. 시진핑은 말한다. “백성의 옷을 입고 백성의 밥을 먹는데 어떻게 백성을 속이겠는가”라고. 왜 그런가. 군중의 눈은 눈처럼 밝기 때문이다(群衆的眼睛是雪亮的).


유상철논설위원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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