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활한 정권승계위험 포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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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6일 단행된 개각은 이한기신임총리의 등장이라는 측면보다 노신영총리·장세동안기부장의 퇴진에 보다 정치적 의미를 부여해야 할것 같다.
불과 8일전에 있었던 5·18개각에서 노총리·장부장이 유임됨으로써 85년 2월 출범한 노총리·노태우민정당대표위원·장부장으로 이어지는 이른바「노·노체제」가 88년 정부이양까지 계속되는 것으로 예상돼 왔었던게사실이다.
그러나 예기치 못했던 박종철군고문치사사건 조작으로 민심수습의 차원에서 내각을 일신할 필요가 생겼고 이에따라 정치적 책임의 범위가 보다 넓어진 것으로 보인다.
엄격히 말해서 노총리의 퇴진은 그가 2·18개각에서「재신임」을 받았다는 점에서 「인책」으로 보기보다 분위기 일신이라고 보아야 할것 같다.
박군사건 조작사실이 밝혀진 직후부터 야당은 물론 민정당쪽에서까지 내각사퇴 주강이 공공연히 거론됐기 때문에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는 길은 총리를 포함한 대폭적인 내각개편 뿐이라는 처방이 일찍부터 제기됐었다.
박군사건을 둘러싸고 정부·여당내에는 「주무부처 장관선에서 인책을 매듭지어야한다는 주장과 전면적인 개편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왔었던 점을 감안하면 전두환대통령이 인책확대쪽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안기부장을 비롯, 임명된지 불과 4개월밖에 안되는 정호용내무장관을 포함해 법무장관·검찰총장등 「공안책임자」 들이 일시에 퇴진한 것은 전예드문 일이어서 박군사건에 대한 인책의 뜻이 보다 강하게 품기고 있다.
특히 이번 개편에서 가강 주목되는 것은 안기부장의 경질이다. 전임 장부장이 전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측근의 한사람일뿐 아니라 현 집권체제내에서 사실상 가강 핵심적 역할을 해왔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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