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범인들모습감추느라부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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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조경위등 범인 5명이 현장검증을 위해 교도소 버스를 타고 서울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도착한 것은 24일 상오6시30분쯤.
범인들이 탄 호송버스는 창문 안쪽을 푸른색으로 칠해 안을 들여다 볼수 없었으며 버스앞 유리창도 착색돼 있어 밖에서는 거의 알아볼수 없는 상태.
호송교도관들은 조경위와 강경사의 수감때와 마찬가지로 범인들의 모습을 감추기에 바빠 버스가 분실입구에 도착, 잠시 멎는동안 보도진들이 사진을 찍으려하자 우르르 몰려 일어나 범인들의 앞을 막아주기도.
○…고문경찰관들은 자신들이 근무했던 곳에 수감과 포승차림으로 돌아온것이 몹시 마음에 걸리는듯 초췌하고 풀이 죽은 모습들.
특히 강경사의 경우 엘리베이터에서 5층에 내리는 순간 표정이 굳어지기도.
이들은 검증중에도 특별히 의견이 엇갈리는 대목 한두군데서만 체념한 목소리로 말을 했을뿐 대부분의 과정에서는 검사의 지시에 따라 묵묵히 따라 하는 것으로 일관.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진 강경사는 이날 박군의 머리를 욕조물에 밀어넣는 장면을 순순히 재연.
그러나 강경사는 일부 장면에서는 이의를 제기해 조경위로부터 『고문치사를 인정한 마당에 사소한것을 뭘 따지느냐』는 핀잔을 듣기도.
그러나 강경사·이경장등은 검증도중 조경위를 부를때 『반장님』이라는 경어를 사용했다.
○…박군이 숨진 9호실은 방음장치·환기장치및 냉방기가 설치돼있는등 시설은 비교적 완벽한 편.
그러나 조사용 책상과 의자·침대등 모든 가구는 바닥에 붙박이로 돼있어 박군의 허벅지에 있던 피멍은 『조사도중 수사관이 볼펜으로 세번 찌른것』이라는 당초 검찰발표는 믿기 어려워 보이기도.
즉 붙박이 의자에 앉아 마주앉은 박군을 찌르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던것.
조사실은 방 천장마다 백열전구가 3∼4개씩 붙어있어 비교적 밝은편이었고 창문도 2개가 있었으나 작기때문에 외부에서는 거의 안을 들여다 볼수없는 구조였다.
○…신창언부장검사는 현장검증을 시작하기전 대공수사단 1과장실에서 수사단 간부들에게 엉뚱하게 『수사단 건물이 76년 당시 치안본부3부장이던 김병만씨에 의해 세워졌다』며 『당시 건물을 짓기전에 김씨가 스위스등 10여개국의 시설을 돌아보고 설계했기 때문에 시설이 호텔방처럼 좋다』고 건물내력을 설명.
신부장검사의 격에 안맞는 시설칭찬에 함께 있던 관계자들은 『무슨 때아닌 건물자랑이냐』며 머쓱해하는 표정들.
○…검증을 하는동안 범인1명에 2명씩의 교도관들이 바짝붙어 시종일관 긴장을 풀지않고 계호에 주력.
범인들은 검증을 하는동안 내내 수감과 포승에 묶인채였으나 물고문 장면에 이르러 신부장검사가 『당시 상황을 재연할수 있도록 수갑과 포승을 풀어줄 것』을 교도관들에게 지시.
교도관들이 붉은색 포승을 풀어주자 이들은 위치·자세등을 서로 지적해가며 검증에 순응했다.
○…상오8시30분쯤 범인들을 태운 호송버스가 의정부교도소로 되돌아가는 과정에서 범인들을 보려는 보도진들과 호송교도관사이에 승강이.
보도진들은 호송버스를 뒤쫓던중 서부이촌동 고가도로밑과 경기도남양주군 광율교위에서 취재차량으로 호송버스를 가로막은채 범인들이 타고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주도록 요청.
권태정 교도소장은 보도진들의 끈질긴 요구에 사진은 찍지 않는 대신 취재기자 1명만을 버스안으로 들여보내 탑승여부를 확인토록 했다.
○…박종철군 고문치사 조작은폐사건 수사가 숨가쁘게 진행된 주말 검찰 수뇌부는 전원 정상출근해 수사진전을 지켜보는등 긴장된 분위기.
수사지휘 사령탑인 정구영검사장은 24일밤엔 아예 귀가도 하지 않은채 집무실에 간이침대를 갖다놓고 철야.
○…서동권검찰총장도 계속 청사를 지키다 25일 0시30분쯤 『25일은 발표가 어렵다』며 퇴청했고 이어 0시40분쯤 정해창대검차장이 『수사가 그리 쉽겠느냐』면서 『오늘은 별일 없으니 들어가 쉬라』며 청사를 나서 수사가 진통을 겪고있음을 알렸다.
○…검찰의 한간부는 『언론에선 어느선까지를 처벌해야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어 사건당시의 상급자들에 대한 처벌범위를 놓고 고심하는 눈치.
이 간부는 또 『20∼30년간 수사업무에 종사해온 사람들을 젊은 검사들이 조사하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겠느냐』고 고충을 토로.
○…검찰이 이틀간 경찰간부 5명에 대해 철야수사를편 올림피아호텔 4층은 범양사건때도 한상연사장을 수사한 곳이어서 제2의 검찰별관인 듯한 느낌을 주었다.
23일하오부터 검찰측이 이호텔 4층 5개 방을 빌어 철야수사를 펴자 호텔측은 4층의 나머지 17개방을 모두 비워 수사에 협조.
○…수사검사들은 객실앞복도에 취재진 30여명이 포진, 대기상태에 들어가자 구내전화를 이용, 서로 수사진척상황등을 의논하고 가급적 바깥 출입을 자제.
검사들은 또 종업원들이 식사·세면용구등을 갖고 올때마다 취재진들의 접근을 막기위해 문고리를 걸어놓고 문틈으로 물건을 건네받는등 철저히 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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