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영재학교·과학고 의대 진학 제한 검토중… 실효성은 글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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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영재학교와 과학고 학생들이 졸업 후 의과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교육부 관계자는 15일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기초과학자와 이공계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됐다”며 “앞으로 영재학교와 과학고 신입새 요강에 ‘과학고·영재고는 의대 진학에 적합하지 않은 학교’라는 점을 명시하고 학교별로 제재할 수 있도록 권고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학생의 진로 선택 자율권 해친다는 주장도
이미 과학고 의대 진학률 떨어져 실효성 없다 지적도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1~2015년) 영재고 졸업생 1829명 중 8%(154명)가 의학 계열로 진학했다. 과학고는 같은 기간 전체 졸업생의 약 3%가 의대에 입학했다. 그렇다 보니 일부 학교에선 이미 자율적으로 의대 진학생에 대해 제한을 가하는 곳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대 진학시 고교에서 받은 장학금을 회수하거나 학교장 추천서를 써주지 않는 등 제재를 하는 학교들이 있다”며 “이를 전체 영재학교와 과학고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재학교와 과학고 학생들의 의대 진학을 막는 것은 학생의 자율 선택권을 제한하는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의대 교수는 “의대 졸업을 하면 의과학과 임상 두 분야로 진출을 하는데 의과학은 4차산업 혁명 시대에 꼭 필요한 기초과학 분야”라며 “과학 영재들이 모두 임상 분야로 빠지는 것은 문제지만 의과학 진출 통로 자체를 봉쇄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선 정부의 이런 조치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의 한 자율형사립고 교사는 “과학고 학생들은 내신 등의 불리로 인해 의대 진학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요즘 의대 희망학생들은 거의 자사고로 몰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일반고 교장도 “학교가 자울적으로 알아서 결정하면 될 것을 교육부가 나서서 뒷북을 치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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