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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한은적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한은적자란 어찌보면 별일이 아닌 것처럼 보일수도 있다.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으로서 적자를 메우기 위해 적자분만큼 새 돈을 찍어내면문제는 간단히 풀리니 말이다.
그러나 방법이 간단하다해서 결과도 뒤탈 없이 끝나겠느냐는데 이르면 얘기는 달라진다.
적자분을 새 돈을 찍어 메운다면 그만큼 돈이 늘어나 수요를 자극, 물가상승이라는 형태로 국민 모두에게 부담이 지워지기 때문이다.
사실 한은적자가 요즘 급증하고 있는 것은 시중에 넘쳐 돌고 있는 돈을 흡수하기 위해통화안정증권을 엄청나게 발행하다보니 그에따른 이자(할인료) 부담이 워낙 많이 들기 때문인데, 그 결과로 한은적자가 늘어나 새로운 통화증발의 요인이 된다면 모순이 아닐수 없다.
한은이 적자를 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82년부터인데, 초기에는 외환조달을 위해 외은 국내지점과의 스와프거래에 있어 일정한 마진을 보장해준다든지, 또는 재형저축을 만들면서 일반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한은이 대주는 재형저축 이차보전등이 적자의 주종을 이뤘다.
작년부터는 경상수지흑자에 따른 통화 팽창을 줄이기위한 통화관리비용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같은 짐을 한은 혼자 떠맡다보니 5년전 1조원도 넘던 적립금을 바닥내고 2천억원이 넘는 순적자를 내게된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먼저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내 돈들어갈 일은 한은에 떠밀고 빌어간 돈에 대해서는 이자도 주지않다가 한은수지가 턱에 찬 작년부터서야 겨우 한해 수백억원정도의 밀린 이자를 갚는 정도다.
사실 재형저축 이차보전처럼 사회보장성성격이 짙은 것은 애시당초 한은이 돈을 찍어 댈것이 아니라 재정에서 충당했어야했고, 엄청난 부담이 되고있는 통화환수는 통화안정증권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국채나 재정증권으로 나누어 짐을 졌어야했다.
물론 그런 방식은 다른 예산을 줄이거나 세금을 늘려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로서 떨떠름하기야 하겠지만 한은에 미뤄놓는다해도 결국은 통화증발로 국민에게 무차별적인 부담이 지워질 것을 모르지않을정부로서는 「눈 가리고 아옹」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오히려 세금은 능력 있는 사람에게 더 물릴수나 있다지만 돈이 늘어 생기는 물가부담은 없는 사람에게 상대적으로 더 큰부담을 지운다는 측면에서 더욱 바람직하지 못하다.박태욱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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