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말뒤바뀐 임시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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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모처럼 열린 임시국회가 거의 끝나간다. 이제 임기가 끝난 국회의장단·상임위원장들을 새로 뽑은 선거만 남기고 있을뿐이다.
지난 1주일간의 국회를 되돌아보면 국회를 열어 한 것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국회를 열기전에 민주당등은 「개헌정국으로의 복귀」를 소리높이 외쳤다. 여당측은 「산적한 민생문제」를 내걸었다. 한미간의 무역마찰, 원화 공상문제등이 따져질것이라고 했다. 지자제도 심의하고 무슨부슨 법안등을 다룰 것이라고 했다.
또 여야 모두 범양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1백억원의 비자금행방, 관련자의 책임문제등을 규명할 것을 공언했다.
몇가지 질문들이 나오긴 했다. 그리고 관계국무위원들의 공속하기 그지 없는 답변도 나왔다.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추궁하겠다는 쪽도 자료 하나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채 목소리만 높였고 답변하는 쪽도 어물쩍 넘어가자는 식이었다.
오히려 그런 문제들보다 여야간에 적의를 가득 담은 원색적인 말의 공방으로 시종한 감이 있다. 여당측은 야당의 분당사태·과격논리를 공격하고 민주당의 일부정강과 김영삼총재의 취임사중 일부 대목에 대해 집중적인 비난을 가했다.
정부측도 지난 2년간 김총재의 국내외 발언을 문제삼겠다고 나섰다.
야당측은 「정권말기적인 작태」운운 하면서 연일 성명을 내 이에 맞섰다.
야당측은 상이군경의 시위·고발등 일련의 상황이 지난날의 수법과 비슷하다고 비난하면서도 불안감은 떨치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바깥바람에 말린 꼴이 됐다.
이렇게 되다 보니 서로 중점을 두겠다고 외친 4·13조치나 범양문제·민생문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이런문제에 쏠린 국민의 궁금증이나 관심도 거의 충족되지 못했다.
물론 야당의 정강이나 야당총재의 취임사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그 역시 규명돼야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개헌이나 범양사건같은 이번 국회의 핵심문제라 할것들이 이처럼 뒷전으로 밀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회를 단순히 대증적인 처방만으로 끌어가서는 안될 것이다. 하물며 정국전체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험난할것이 예상되는 정국을 앞두고 이렇게 적의만 쌓아가서 어쩌자는 것인가.
매듭을 짓기보다 풀어가는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김영배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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