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이 아빠' 이동국, 페랄타 넘어야 호날두 만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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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전북과 레알 마드리드가 맞붙는 모습을 기대하고 계실 것 같다. 유럽 최고의 팀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해보는 게 목표다."

프로축구 전북 현대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37)이 밝힌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출사표다. 세계 최고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레알 마드리드)와의 맞대결은 축구선수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동국에게도 가슴 설레는 목표다.

이동국이 꿈을 이루려면 6강전 상대인 클럽 아메리카(멕시코)를 넘어야 한다. 레알 마드리드에 비하면 이름값이 떨어지지만 북중미 지역에서는 클럽축구 최강자로 공인 받는 명문이자 강호다. 1916년 창단해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유서 깊은 팀일 뿐만 아니라 연 예산이 600억원(전북은 300억원대)을 넘어가는 빅 클럽이기도 하다.

오는 11일 오후 4시 일본 오사카의 스이타시티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전북과 클럽 아메리카의 FIFA 클럽월드컵 6강전의 최대 관심은 양 팀의 간판 공격수 이동국(전북)과 오리베 페랄타(32·클럽 아메리카)의 맞대결이다. 두 공격수는 역경을 딛고 뒤늦게 자국 최고 공격수로 인정 받은 공통점이 있다.

이동국은 19살이던 1998년 프랑스월드컵 본선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한국 축구의 미래'로 주목 받았지만 이후 두 번의 월드컵에 나서지 못했다.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거스 히딩크 당시 축구대표팀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고, 2006 독일월드컵은 부상으로 불참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생애 두 번째 본선행의 꿈을 이뤘지만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진가를 드러낸 건 여느 선수들이 은퇴를 고민하기 시작하는 시점인 30대부터다. 2009년 전북에 이적하자마자 K리그 우승을 이끈 것을 시작으로 3차례(2011, 2014, 2015) 더 챔피언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37살인 올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이력을 추가했다.

페랄타 또한 대표적인 '늦깎이' 스타다. 21살이던 지난 2005년 재능을 인정받아 멕시코 A대표팀에 발탁됐지만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한동안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5년의 세월을 인내하며 기다린 끝에 26살이던 2010년에 뒤늦게 대표팀 주축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2년 뒤인 2012년에는 런던올림픽에서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 자격으로 4골을 터뜨리며 멕시코의 금메달을 이끌어 국민 영웅이 됐다.

전북에겐 갚아야 할 빚이 있다. 지난 2006년 아시아 제패와 함께 첫 출전한 클럽월드컵에서 만난 상대팀이 바로 클럽 아메리카다. 승리하면 유럽 챔피언 FC 바르셀로나(스페인)와 만날 수 있었지만 0-1로 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동국은 "클럽 아메리카는 개인 기술이 좋은 팀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색깔의 축구로 붙어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 2009년 포항 스틸러스가 세운 K리그팀 클럽월드컵 최고 성적(3위)을 뛰어넘는 것도 중요한 도전 과제다.

금전적인 혜택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전북은 올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하며 출전수당과 상금을 합쳐 354만달러(41억원)를 벌었다. 클럽월드컵 참가에 따른 추가 수익도 적지 않다. 출전수당으로 일찌감치 100만달러(12억원)를 확보했고 4강에 오르면 상금이 200만달러(24억원)로 늘어난다. 우승컵을 품에 안으면 500만달러(60억원)에 달하는 돈방석에 오른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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