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도 좋지만…독자무장 강화로 가는 필리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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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이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독자 무장 채비에 나섰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으로부터 항공기와 선박을, 인도네시아로부터 선박을 구입했다. 일본은 선박 몇 척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겠지만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국가들과 협력을 더 강화할 것”이라며 “미국은 중동이나 우크라이나 문제 등으로 동남아 안보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FT는 “필리핀이 강대국이 만들어낸 격변 속에서 동아시아 주변국과의 국방 협력을 강화하면서 자체 재무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 6월 말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진행되고 있다. 필리핀은 지난 10월 현대중공업과 호위함 2척을 3700억원에 구매하기로 계약했다. 영국 군사전문매체인 IHS제인스디펜스위클리(JDW)는 “이 배들은 필리핀 해군의 주요 대잠수함 전투 수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리핀은 2014년 4310억원을 들여 12대의 한국산 경공격기 FA-50 12대를 2017년까지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JDW는 “필리핀이 FA-50 36대 추가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테르테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기존 외교에서 벗어나 중국·러시아 등 미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국가들과도 손을 잡고 있다. 그는 지난 10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건 상징적 사건이다. 필리핀은 남중국해를 두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두테르테는 지난 7월 상설중재재판소(PCA)가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는데도 불구하고 “그건 종이 조각에 불과하다”며 중국과 화해 모드로 들어갔고, 15조원 규모의 경제 협력을 약속 받는 실리외교를 펼쳤다.

하지만 로렌자나는 “미군의 주둔을 계속 허용하고 합동 군사 훈련도 유지하겠다"라며 “훈련은 재난 복구나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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